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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양민혁" '1골 2도움 원맨쇼' 손흥민, 토트넘 최다 도움 새 역사에도 '젊은피'에 공을 돌린 '캡틴'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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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이 전반 45분 출전만으로 우려를 훌훌 날려버렸다.

손흥민은 16일(한국시각) 영국 사우샘프턴의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는 원맨쇼로 토트넘의 5대0 대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 연속 무승의 늪(3무2패)에 빠져있었다. EPL에선 1무2패, 유로파리그(UEL)에서는 2무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다행히 이변은 허락하지 않았다. 부진에서 탈출한 토트넘은 승점 23점(7승2무7패)을 기록, 10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사우샘프턴은 최하위인 20위(승점 5·1승2무13패)에 머물렀다. 러셀 마틴 사우샘프턴 감독은 토트넘에 대패한 직후 경질됐다.

손흥민도 최근 팀의 우울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 방에 먹구름을 걷어냈다. 토트넘의 새 역사도 열었다. 손흥민은 67, 68도움을 기록, 대런 앤더튼(67도움)을 넘어 토트넘 역대 도움 1위로 올라섰다.

앤더튼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토트넘에서 뛰었던 전설적인 측면 미드필더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토트넘도 반색했다. SNS를 통해 '68'을 기념하는 특별 유니폼 제작 과정을 공개하며 새로운 도움왕이 된 손흥민을 축하했다.

손흥민은 EPL 도움 순위에서도 17위로 뛰어올랐다. 손흥민 위로는 앤디 콜(73개), 애슐리 영, 티에리 앙리(이상 74개), 테디 셰링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상 76개) 등이 자리해 있다.

부상 병동인 토트넘은 '플랜 C'를 가동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8세의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을 모두 선발 출전시켰다. 4-3-3 시스템이었다. 도미닉 솔란케를 축으로 손흥민과 데얀 쿨루셉스키가 좌우에 섰다. 중원에는 제임스 매디슨, 파페 사르, 베리발이 자리했다. 포백에는 데스티니 우도지, 그레이, 라두 드라구신, 제드 스펜스가 늘어섰다. 골문은 프레이저 포스터가 지켰다.

출발부터 환상적이었다. 매디슨이 경기 시작 38초 만에 스펜스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전반 12분 두 번째 골을 작렬시켰다.

매디슨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머리 맞고 앞으로 떨어지자 지체없이 왼발 슈팅으로 화답, 골네트를 갈랐다. 손흥민은 그동안 마음고생을 씻어내는 듯 포효 세리머니를 펼쳤다. EPL 6호골이었다. EPL 통산 125호골로 '전설' 니콜라스 아넬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EPL 역대 득점 공동 18위가 됐다.

2분 뒤에는 쿨루셉스키가 세 번째 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이 기점 역할을 했다. 손흥민의 크로스가 솔란케에게 배달됐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슈팅하지 못했고, 흐른 볼을 쿨루셉스키가 밀어넣었다. 솔란케가 골을 터트렸다면 손흥민의 도움이 기록될 수 있었다.

아쉬움은 곧 잊혀졌다. 손흥민은 전반 25분 사르, 전반 추가시간인 49분에는 매디슨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매디슨은 멀티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전반을 소화한 후 팀이 5-0으로 앞선 하프타임에 교체됐다.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토트넘은 후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사우샘프턴 킬러' 다웠다. 손흥민은 사우샘프턴 통산 18경기에서 13골 8도움을 기록했다. 사우스햄턴은 손흥민의 프로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팀이다. 2020년 9월 펼쳐진 경기에서는 무려 4골을 몰아치기도 했다.

평가 또한 최고였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만점에 가까운 무려 9.7점을 줬다. '소파스코어'의 평점은 9.3점이었다. 모두 경기 최고 평점이자, 팀내 최고 평점이었다.

'풋볼런던'은 멀티골을 올린 매디슨과 함께 최고인 9점을 줬다. 풋볼런던은 '전반 동안 1골-2도움을 포함해, 또 다른 골에도 관여했다'고 엄지를 세웠다. '이브닝스탠다드'도 '1골-2도움과 두번의 날카로운 슈팅을 기록한 후 카라바오컵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며 팀내 최고인 9점을 부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목요일 밤에 힘든 유럽 원정 경기가 있었다. 오늘은 25명의 선수단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1군 선수 10명이 출전할 수 없었다. 선수들에게 다시 힘을 내주기를 요청해야만 했다"며 "오늘 선발 출전한 선수들 중에는 오랫동안 아예 뛰지 않았거나, 선발로 출전하지 않은 선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에너지와 퀄리티가 정말 대단했다. 선수들이 마땅한 보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쁩니다.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베리발과 스펜스가 눈에 띄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들은 훌륭했다. 베리발은 항상 성장하고 있지만 이제 18세다. 그레이도 18세다. 얼마나 많은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18세 선수 2명을 선발로 내보낼. 스펜스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솔직히 그레이가 오른쪽 풀백으로 뛰면서 올해 우리가 커버한 유일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그는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 그가 오늘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와 함께 훈련한 코치들 덕분이다. 우리는 그가 필요했다. 그저 플레이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였고 그는 그렇게 했다. 그의 인내와 끈기에 대한 큰 보상이다"고 칭찬했다.

손흥민과 매디슨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들은 훌륭했다. 오늘 밤 그렇게 플레이할 필요를 느낀 것 같다. 현재 스쿼드가 매우 얇고, 어린 선수들과 많이 뛰지 않은 선수들, 또 항상 뛰면서 우리의 정체성과 원하는 축구를 보이려는 선수들이 함께 뛰고 있다"며 "둘이 승리의 촉매제가 됐다. 축구와 정신적인 자세에서도 그랬다. 오늘 우리는 반드시 강하게 시작해야 했다. 목요일 밤 경기를 고려하면 경기 후반에는 에너지가 고갈될 것이라고 미리 알았다. 선수들이 그것을 감지했고, 경기를 잘 시작한 것은 그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우도지는 전반 28분 교체됐다. 페드로 포로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스펜스는 오른쪽에서 왼쪽 풀백으로 이동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도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티사두근이 약간 팽팽하다고 느꼈다. 솔직히 그는 계속하고 싶어했지만 지금은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손흥민과 함께 그를 교체했다. 심각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예방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경기 후 스포츠조선과의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대기록보다는 어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선수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했을 때 조금 마음이 좀 편안해진 것 같다. 선수들이 이렇게 열심히 해 준 거 좀 보상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토트넘 최다 도움에 대해선 "너무 뿌듯하고 너무 자랑스럽다. 모든 선수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기록들도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제 개인 기록들보다도 오늘 경기에 첫 선발 출전한 베리발 또는 스펜스와 그레이 등 이런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이 앞으로 더 잘해줘야 팀이 살아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어린 선수들이고 부담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고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되는 거다. 내 개인적인 기록보다는 더 잘한 선수들의 활약을 더 칭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K리그 출신, 2006년생 '고등윙어' 양민혁이 토트넘에 합류한다. 손흥민은 "내가 직접적으로 뭐 해 준다기보다는 이제 양민혁이 와서 경험해 보고 느껴보고 부딪혀 봐야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항상 누군가 얘기해 준다고 해서 느끼는 것보다 자기가 직접 경험해서 부딪혀보고 느끼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많이 배운다고 생각을 한다"며 "와서 분명히 어려운 시간도 있을 거고 좋은 시간도 분명히 있을 것인 만큼 좋은 경험하고 또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날 영국 런던으로 출국한 양민혁은 "아직 많이 보지도 못했고, 형 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얘기를 나누고 친해진 다음에 형이라고 하고 싶다"며 "이제 흥민이 형이 계신 토트넘으로 간다. 가서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잘 챙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