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보다 홈런 볼이 더 낫네.'
2024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1차전을 보러 갔던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홈런 볼을 잡아 백만장자가 됐다. 소년과 아버지가 주은 홈런 볼이 로또 1등보다 더 비싸게 팔린 것. 공개 경매에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금액에 팔렸다. 한국 로또 1등보다 많은 156만달러, 약 22억4000만원이었다.
MLB닷컴은 16일(한국시각) '프레디 프리먼(LA다저스)이 지난 10월 26일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뉴욕 양키스 투수 네스토르 코르테스를 상대로 터트린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 볼이 SPC옥션 경매에서 156만달러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프리먼은 당시 2사 만루 때 타석에 나와 코르테스의 초구를 받아쳐 우중월 담장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사상 첫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이었다. 이 승리로 기선을 잡은 LA다저스는 결국 뉴욕 양키스를 시리즈전적 4승1패로 누르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시리즈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친 프리먼은 MVP가 됐다.
이런 의미가 담겨 있기에 이 홈런 볼은 예상보다 비싸게 팔렸다. 156만달러는 역대 야구공 경매 사상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현재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공은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의 시즌 50호 홈런 볼이었다. 오나티는 2024시즌에 메이저리그 최초로 50홈런-50도루(54홈런-59도루)를 달성했다. 그가 날린 50호 홈런 볼이 지난 10월 경매에 나와 439만2000달러(약 63억원)에 팔린 바 있다.
역대 두 번째 최고가 기록은 지난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날란 70호 홈런 볼이다. 305만달러(약 43억원)에 낙찰됐다.
MLB 사상 세 번째로 비싼 홈런 볼을 잡은 주인공은 10세 소년 잭 루더맨이다. LA다저스 팬인 루더맨은 아버지와 함께 월드시리즈 1차전이 열린 LA 다저스티다움 외야석에 앉아 있다가 대박을 터트렸다.
프리먼은 공을 잡은 이후 MLB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다. 공이 바닥에 구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빠 쪽으로 쳐냈다. 아빠가 잡아 나에게 다시 건네줬다. 정말이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기뻐했다.
소년이 공을 잡은 덕분인지 당시 주변의 관중들은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로 루더맨 소년과 아버지에게 축하를 건넸다. 이런 의미있는 공이라면 서로 차지하려고 몸싸움이 동반된 치열한 쟁탈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소년의 아버지인 니코 씨는 "관중들 모두 훌륭했다. 모두가 축하해주고, 주변을 뛰어다녔다. 모두 잭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고 당시의 관중석 풍경을 전했다.
이 소년이 홈런 볼을 갖게된 과정도 흥미롭다.
MLB닷컴이 전한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잭은 원래 이날 야구장에 갈 계획이 없었다. 교정기를 떼기 위해 치아 교정사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조퇴한 뒤에야 부모님이 치아 교정 대신 야구장에 가기 위해 월드시리즈 1차전 티켓을 샀다는 걸 알게 됐다.
잭은 당시에는 교정기를 떼지 못한 것 때문에 실망했지만, 대신 156만달러짜리 홈런 볼을 줍게 되면서 야구장 방문이 더 가치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