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 대한민국은 노인 1000만 시대,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닌 삶의 질이 화두인 시대, '8899(88하게 99세까지)'한 노년의 필수요소는 바로 근력. 근육량은 보통 30대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60대가 되면 30%, 80대가 되면 무려 50%까지 급감한다. 몸 건강, 정신 건강과 직결되는 '근력'에 대한 투자는 행복한 노년을 위한 최고의 재테크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19개 종목 620개소, 17개 시도 220개소에서 60세 이상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어르신 생활체육교실 및 페스티벌' '어르신 체조교실'을 운영했다. 2024년 한해가 저물어가는 시점, 오늘도 '근테크(근육+재테크)'에 진심인 '근부자' 시니어들의 운동법을 소개한다.
지난달 10일, 대전 금강로하스대청공원에서 열린 '2024년 어르신생활체육지원사업 노르딕워킹 페스티벌'(대한체육회 주최, 대한산악연맹-대전시산악연맹 주관), 울긋불긋 늦가을 단풍 아래 이른 아침부터 60세 이상 시니어 200여명이 양손에 스틱을 챙겨든 채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올해 '대한체육회와 함께하는 어르신체육교실'에서 노르딕워킹을 배운 수강생은 전국 10개소 2000명. 전국 각지에서 대한산악연맹 전문강사로부터 노르딕워킹에 배운 시니어 수강생들이 대청호와 가을산이 맞닿은 눈부신 풍광 아래 가볍게 몸을 푼 후 '실전'을 시작했다.
로하스 해피로드 4.5㎞의 초입서 만난 보무당당 신민경씨(60)는 "도서관에서 '노르딕워킹' 무료 강좌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 화요일 아침마다 대전 도솔산에서 배우다 페스티벌에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필요하다. 노르딕워킹은 스틱을 사용해 팔을 움직이다보니 팔뚝살도 빠지고 상체 근력도 좋아지는 것같다"며 미소지었다. "꾸준히 운동하다보니 지치지도, 처지지도 않는다"면서 "노년의 운동은 각자 몸상태에 맞는 종목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요즘은 정보가 과도하다보니 체육계 전문가들이 맞춤형 종목을 처방해주는 서비스도 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산길 모퉁이서 만난 또다른 '80대 길동무' 김영재씨(84)는 허리가 꼿꼿했다. "부산 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에서 대한산악연맹 강사에게 두 달째 노르딕워킹를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한번 엄광산에 오른다. 노르딕워킹은 균형을 잡아주고 힘을 보태줘서 걷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15년째 운동중'이라는 그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사흘만 운동 안하면 근력이 바로 빠진다. 나가서 걷다 보면 활력도 생기고 우울감도 사라진다. 운동량이 적더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해피로드의 반환점 즈음 핑크뮬리 정원에서 '50년대생' 4총사 윤석희(71), 천영희(69), 김금자(67), 김진희씨(63)를 마주쳤다. 대전 산내종합사회복지관, 박윤정 대한산악연맹 강사의 수제자들인 이들은 활력이 넘쳤다. "노르딕워킹? 너~무 좋지!" "몸이 똑바르게 펴지고!" "꾸부정했는데 이렇게 걸으니까 허리가 쫙 펴져" 수다같은 인터뷰, 웃음꽃이 만발했다. '힘들지 않냐'는 우문에 이구동성 "힘든 건 없어. 운동하니까 오히려 힘이 생기지. 근력, 활력이 생기고, 몸도 마음도 젊어져" "같이 운동하니까 너무 좋아. 혼자는 못해. 언니, 동생이라 나오니 공기가 다르잖아. 배운 걸 실습해서 너무 좋아"라며 운동 예찬론을 펼쳤다. "노르딕워킹은 하면할수록 재밌어. 이 페스티벌도 너무 좋네. 1년에 두세 번은 하면 좋겠어"라고 입을 모았다. '모객' 우려에 유쾌한 대전 '액티브 시니어'들이 자신했다. "걱정마! 우리가 입소문 내면 돼. 이렇게 좋은데 내년엔 더 많이 참가하게 해야지."
해피로드 4.5㎞ '행복한 꽃길'을 기획한 대한산악연맹 박윤정 전문강사는 "대한체육회와 산악연맹이 함께 바르게 걷기 위한 '노르딕워킹' 교실을 적극 보급하고 있다"면서 "관절, 근육 관리를 잘해서 걷기에 문제가 없는 7080도 있지만 허리, 골반, 무릎이 안좋으신 분들도 많다. 시니어 노르딕워킹의 경우 자세를 강요하기보다 무릎, 골반에 가해지는 중량을 스틱에 분산하면서 걷는 거리를 늘려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행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생활속에서 바른 자세로 꾸준히 걷기를 실천하면 노년의 삶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노르딕워킹은 그냥 운동이 아니라 힐링이다. 걷기에 필요한 속근육 강화운동을 통해 근력을 끌어올리고, 자연속에서 정서, 심리를 치유하고, 오감으로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긍정 호르몬이 나오고, 관계성, 친밀감도 절로 올라간다"고 했다.
대한산악연맹 사업 담당자인 이동화 사원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어르신 체육활동 지원은 정말 중요하다"면서 "대한산악연맹 교육사업 '오르락내리락' 중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알쓸산잡' 프로그램의 하나로 노르딕워킹을 진행중인데 호응이 뜨겁다. 많은 어르신들이 그동안 배운 노르딕워킹을 실천하시면서 풍광을 즐기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손중호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노르딕워킹은 스틱을 통해 30~40% 체력을 아끼면서도 효과는 큰 전신운동이다. 전문강사를 통해 제대로 된 걷기교육을 시키자는 취지에서 적극 보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0대 산악인이자 기업인인 그는 "노년의 운동은 절대로 욕심 내선 안된다. 알피니즘 정신에는 등산의 목적을 '결과'에 두는 등정주의와 '과정'에 두는 등로주의가 있는데, 자신의 속도에 맞게 자신의 길을 가는 '등로주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욕심 내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우리 나이엔 운동한다고 근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안빠지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집에만 앉아 있지 말고 일단 나와서 걸어라. 친구와 걷고 대화하고 운동해야 몸도 정신도 맑아진다"고 강조했다. 대전=전영지 기자
*노르딕워킹(Nordic Walking)이란?
1930년대 핀란드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의 비시즌훈련법에서 유래. 폴을 이용한 걷기로 일반 걷기가 신체 근육의 50%를 쓰는 반면 노르딩워킹은 상하체를 고르게 활용, 전체 근육의 90% 이상을 쓰는 전신운동. 일반 걷기보다 어렵지 않으면서, 열량 소모는 46% 높아 운동효과가 뛰어남.
*노르딕워킹의 기본자세 'ALFA 테크닉'
(관절이나 다른 조직에 불필요한 스트레스나 충격을 주지 않도록 바른 테크닉이 필수.)
-Attention 척추를 곧게 세우고 배꼽을 등쪽으로 당긴다는 느낌으로 걷는다.
-Long arms 팔은 최대한 길게 뻗고 팔꿈치를 곧게 편다. 과도하게 팔을 흔들지 않는다.
-Flat sticks 바닥을 찍는 스틱과 반대편 다리를 평행하게 유지한다. 스틱을 90도로 세워선 안된다.
-Adapted steps 보폭은 일정하게 유지, 발은 뒤꿈치부터 닿게 걷는다.
*노르딕워킹 TIP
1. 팔 스윙 동작시 팔꿈치를 쭉 편 채로 꺾이지 않게 자연스레 걷는다.
2. 네 발로 걷는다고 상상하면서 스틱이 지면에 닿는 순간 손바닥을 지면으로 향하게 하고 지면을 최대한 밀치며 앞으로 나간다.
3. 시선을 땅에 두지 말고 전방 10m 앞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스윙 동작을 한다.
4. 보행습관을 교정하는 동작이 많은 운동이므로 강사나 상급자로부터 코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