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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 부정확하고 책 읽기 꺼리는 아이, 혹시 '난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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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아이들이 받아쓰기를 자주 틀리거나 책을 오래 읽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책 읽기를 싫어하고 글쓰기를 거부하는 아이의 모습을 마주할 때는 아이가 단순히 흥미가 없어서인지 또는 난독증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단순히 이러한 모습만으로 난독증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자신감이 점점 낮아진다면 난독증과 같은 학습 장애 가능성일 가능성이 있다.

난독증(Dyslexia)은 글을 유창하고 정확하게 읽기 어렵거나 철자를 잘못 쓰는 학습 장애의 한 유형으로, 읽기장애로도 불린다.

최근 많은 연구와 진단 기준이 개발됐음에도 난독증은 여전히 다양한 형태와 진단으로 진단 기준에 따라 혼동되곤 한다. 읽기의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정확하게 읽는 경우도 난독증의 진단에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난독증의 범주는 넓게 정의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장대현 교수(의학유전·희귀질환센터장)는 "난독증은 단순히 학습 문제를 넘어서 아이의 자존감과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은 물론, 부모 등 주변의 관심과 적절한 지원이 중요하다"며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세심히 관찰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의의 조언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난독증은 과거에는 주로 시각적 문제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을 보면 난독증은 뇌의 신경발달장애와 관련이 깊다. 특히 좌뇌의 언어와 읽기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구조적, 기능적 이상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유전적인 영향이 커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난독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 난독증은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해 초기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음운 처리 능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난독증은 주로 초등학교 입학 후, 또래에 비해 읽기 속도가 느리거나 철자를 자주 틀리면서 교사나 부모에 의해 발견된다.

유아기 때는 말이 늦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고, 글자에 대한 흥미가 낮아 독서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또 난독증을 가진 아이들은 1음절 단어나 음운변동이 있는 단어를 읽기 힘들어하고, 문장을 읽을 때 조사나 기능어를 생략하는 경우도 흔하다.

장대현 교수는 "난독증의 증상은 청소년기와 성인기에도 지속될 수 있다"며 "청소년기에도 여전히 독서나 공부를 싫어하고, 성인이 돼서도 맞춤법에 잦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난독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진단에는 지능검사와 학업 성취도 평가, 정보처리 능력에 대한 신경심리학적 평가가 포함되며, 이를 통해 난독증을 겪는 아이의 학습 능력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웩슬러 아동 지능검사(WISC-IV)'와 같은 지능검사로 아이의 지적 수준을 측정하고, 학업 성취도 검사로 현재 학년에서 어느 정도 뒤처져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후 '한국어 읽기 검사(KOLRA)' 등 표준화된 검사 도구를 통해 난독증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난독증은 언어치료와 특수교육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한글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자모문자 체계로 이뤄져 있어 자모 체계를 사용하는 언어들에서 발견되는 난독증의 치료법과 유사하다. 치료 과정은 음운인식 훈련, 파닉스 교육, 해독 훈련, 유창성 및 철자 훈련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과정은 말소리를 음소 단위로 분절하고, 문자를 소리와 일치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난독증의 예후는 조기 진단과 체계적 치료의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학령기 전에 난독증을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한다면 대부분 어려움을 최소화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

장대현 교수는 "난독증은 더 이상 미지의 병이 아니다. 오늘날 난독증을 가진 아이들은 조기에 진단받고 체계적 치료를 통해 새로운 학습의 길을 열어나가고 있다"며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아닌, 더 많은 이해와 지원이 필요한 아이로 바라보고 함께 노력한다면 난독증은 학습의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당부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