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자농구에서 최고의 '핫 플레이어'는 단연 신한은행의 신예 홍유순이다.
2005년생으로 아직 20세도 되지 않은 초년생이지만, 재일교포로서 일본에서 기초부터 잘 연마한 기량에다 1m79에 이르는 좋은 신체 조건과 타고난 근성까지 더해지면서 연일 놀라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홍유순은 지난 14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전에서 풀타임에 가까운 37분 53초를 소화하며 10득점-12리바운드-5스틸을 올렸다. 우선 3경기 연속 더블더블의 경우 여자 프로농구가 지난 2007~2008시즌부터 단일리그에 돌입한 이후 신인 최초 기록이다. 즉 '국보센터'인 박지수조차 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박지수는 데뷔 시즌에 2경기 연속 더블더블만 3번 기록했다.
또 역시 단일리그 도입 이후 신인선수가 1경기에서 5스틸 이상을 올린 것도 지난 2021~2022시즌 삼성생명 이해란에 이어 역대 2번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에서 홍유순은 이해란과 자주 매치업을 하면서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홍유순의 페이스가 더 대단한 것은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빠르게 한국 농구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일교포 4세로서 한국 국적이지만 일본에서만 농구를 했던 홍유순은 오사카산업대를 중퇴하고 지난 8월에 열린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 전체 1순위로 뽑혔다.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조금씩 프로의 세계를 경험한 홍유순은 3라운드에 접어든 후 14일 삼성생명전을 포함해 4경기에서 평균 11.25득점과 11.25리바운드라는 엄청난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특히 4경기에서 모두 35~40분을 소화하며 경기 체력도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슷한 포지션의 슈터 최이샘이 부상으로 결장을 하고 있지만, 이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놀라운 활약이라 할 수 있다. 특히 14일 경기에서 보듯 삼성생명 배혜윤을 맡던 일본 선수 타니무라 리카가 4쿼터 초반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난 이후 대신 매치업 상대로 나서서 밀리지 않았고, 경기 종료 1분전 배혜윤의 미들슛을 블록해 내면서 완전히 기세를 꺾은 것은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코트 안에서 리카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하이로 게임까지 펼치면서 더블 포스트 역할까지 하는 등 만능 플레이어로서의 성장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홍유순은 신인상 도전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면서도 "아직 경기력이 많이 부족하다. 현재는 리바운드만 집중을 하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에서 선배들과 더 손발을 맞춰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야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