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경기수가 너무 많은 건 사실이다."
여자부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에 이어 남자부 현대캐피탈 블랑 감독도 V리그 일정이 너무 타이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팀도 아니고, 선두를 달리는 팀들의 감독 의견이니 그냥 흘려들을 수 없다. 하지만 프로 세계에서 경기수는 구단의 존립근거니 딜레마다.
현대캐피탈은 14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KB손해보험과의 3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 승리를 따냈다. 승점 5점차 단독 선두 질주.
하지만 블랑 감독은 승리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지옥의 스케줄' 때문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달 힘든 여정이다. 3일 대한항공전 후 이틀을 쉬고 6일 KB손해보험전을 치렀다. 그 다음 11일 삼성화재전까지는 4일 휴식이 주어졌지만, 다시 3일 만에 KB손해보험전에 나서야 했다.
이후 남은 12월은 '수-토-수-토' 일정이다. 이틀 휴식 후 경기, 그리고 사흘 휴식 후 경기다. 최소 3일의 휴식은 주어져야 회복, 훈련이 가능한데 이틀은 너무 타이트하다는 것이다. 블랑 감독은 "더 반복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V리그 6라운드 경기수가 너무 많은 건 사실이다. 일단 이번 시즌은 바뀔 게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지도자로서 선수들 훈련량을 조절하고, 부상이 안나오게 해야 한다. 다만 경기수 문제는 누군가에게 재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미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이 한 차례 성토를 했었다.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상대팀 외국인 선수인 실바와 와일러가 한꺼번에 부상으로 실려나가자 "경기수가 너무 많다. 4라운드로 줄여야 한다. 아니면 경기 텀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와 경기 사이 시간이 짧으니 선수들은 회복이 더뎌지고, 어린 선수들을 키울 시간이 없어 주전 선수 의존도가 높아져 부상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견이었다. '슈퍼스타' 김연경도 아본단자 감독의 의견에 동조했다.
타당한 얘기다. 선수들 부상은 팀과 리그에 치명타다. 경기 중 불의의 충돌, 사고 등으로 나오는 부상은 그렇다 쳐도 체력 저하로 인해 부상이 나오면 지도자와 선수들은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프로가 감독과 선수들의 입맛을 다 맞춰줘가면서 운영을 하기도 힘든 현실이다. 36경기를 24경기로 줄이면 홍보 목적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한국 프로리그 현실상 엄청난 손해다. 여자부는 8억원, 남자부는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면서, 경기수를 줄이자고 하는 건 배부른 소리라는 시각도 있다. 리그 기간을 늘리는 것도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다.
타 종목과 비교도 한다. 야구, 농구는 매일 경기에 '백투백' 일정도 많고 체력 소모도 더 심한데 배구만 힘들다고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감독들이 엔트리에 있는 선수를 쓰지 않고, 주전들만 혹사시키면서 일정 탓을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수-토-수-토' 일정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캡틴 허수봉은 "나는 젊은 편이어서 그런가, 이틀 쉬고 한다고 힘들다는 건 크게 느끼지 못한다. 1주일에 2경기 하면 '정신 없이 시간이 잘 간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며 웃었다. 경기가 없는 날 훈련량이 만만치 않아 경기보다 훈련을 더 힘들어하는 선수들도 있다.
베테랑 최민호는 "젊은 수봉이야 못 느끼겠지만 나는 조금"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감독님이 최대한 배려해주신다. 물론 피로감이 있지만 10년 넘게 리그를 뛰다보니 적응이 됐다. 선수들은 주어진 상황 속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