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후안 소토가 뉴욕 메츠의 일원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소토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뉴욕 시티필드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토는 메츠를 선택한 이유와 우승 의지, 감동을 받은 부분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우선 소토는 원소속팀 뉴욕 양키스에 대해 "이번 선택이 양키스를 상대로 한 메츠의 우세라고 보지 않는다"며 "협상 테이블에는 5구단이 있었다. 메츠가 양키스보다 우세했다는 점에 관해 뭔가가 있다고 보면 안된다. 5개 구단 전부를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검토했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직전까지 고민을 했다. 그래서 메츠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메츠와 양키스만 놓고 거취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소토는 나머지 3구단을 밝히지 않았으나, 토론토 블루제이스,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도 최종 오퍼에 참여했다.
메츠는 1차 오퍼로 15년 7억2000만달러 제시했다가 양키스와 토론토가 16년 7억6000만달러를 부른다는 소식을 듣고 7억6500만달러로 조건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5년 뒤 옵트아웃 권리를 부여함과 동시에 이후 10년 평균 연봉을 5500만달러로 높이면 해당 권리가 소멸되도록 했다. 즉 15년 총액이 8억500만달러로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사이닝보너스는 7500만달러이고, 트레이드 전면 거부권도 포함됐다. 메츠와 양키스 모두 지급유예 없는 '현금 완전보장'이었다.
다시 말해 소토가 메츠의 조건을 기준으로 다른 구단들의 오퍼를 평가했다기보다 모든 구단의 조건을 수평적으로 놓고 비교해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낸 메츠를 선택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지 매체들과 팬들은 소토가 '양키스가 아닌 메츠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구단이 뉴욕의 라이벌이고 스티브 코헨 메츠 구단주와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 두 오너 사이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양키스로 옮긴 소토는 올시즌 내내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받으며 '커리어 하이' 찍었다. 41홈런, 109타점, OPS 0.989를 마크하며 AL MVP 투표에서 3위에 올랐다. 우익수를 보는 그에게 양키스 팬들은 "재계약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보드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양키스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도 사실 소토의 활약 덕분이라고 보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뒷타자 애런 저지의 보호를 받은 소토가 과연 메츠에 크게 뒤지지 않는 양키스의 오퍼를 외면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었지만, 결국 우승 가능성보다는 돈을 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FA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양키스 동료들 그 누구와도 통화를 하지 않았다는 소토는 "다른 구단들도 메츠처럼 나에게 정성을 보여줬고 편하게 해줬다. 최종 결정의 날, 우리는 모든 것을 들여다봤다. 모든 가능성을 봤고, 다른 구단들은 무엇을 하려는지를 봤으며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15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봤다. 결국에는 이곳 메츠에서 뭔가를 이룰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고 메츠와 계약한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가족을 위한 호텔 스위트룸 조항이 그가 메츠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라는 의견도 나왔다. 소토는 협상 초기부터 각 구단에 원정경기 때 가족을 위한 스위트룸 제공을 요청했고, 코헨 구단주는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키스는 저지 뿐만 아니라 데릭 지터조차도 제공받은 적이 없는 스위트룸을 소토에게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코헨 구단주는 "그 정도의 숫자라면 예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메츠 구단에 상당히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로 우리를 안내하는 그런 조건"이라면서 "소토와 같은 실력을 갖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래서 예상보다 많은 베팅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소토는 "메츠는 훌륭한 구단이며, 최근 몇 년 동안 우승을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왕조(dynasty)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양키스 시절)반대 편에서 바라본 분위기와 모든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 팀이 갖고 있는 느낌과 미래가 내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특히 소토는 플로리다주 코헨의 자택에서 가진 두 번째 협상에서 "10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몇 번 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코헨은 이에 대해 "2~4번"이라고 답했다. 코헨은 "소토를 영입함으로써 우승 목표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차 협상 때 양키스, 보스턴, 토론토, 다저스가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의 한 호텔에서 소토측을 만난 것과 달리 메츠는 비벌리 힐스의 3200만달러짜리 코헨의 맨숀에서 특별한 협상 이벤트를 벌였다. 그곳에서 소토는 코헨 구단주의 아들이 만든 영상 자료를 홈 무비시어터를 통해 봤다고 한다.
또한 코헨의 아내도 시티필드에서 '메츠의 할아버지'로 불리는 그녀의 93세 부친을 소개하기도 했다. 즉 코헨의 장인이 협상단의 일원으로 뉴욕에서 LA로 날아갔다는 얘기다. 소토가 감동을 받은 부분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이날 메츠 입단식에는 30여명에 이르는 소토의 가족이 모여 도미니카공화국 음식을 점심으로 제공받았다. 소토는 "이곳 뉴욕은 오랫동안 메츠 타운으로 불릴 것이다. 정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우승 회수가 뉴욕이 양키스 타운인지, 메츠 타운인지를 말해 줄 것"이라며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