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원태인이 아닌 하트였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끝났다.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포지션 수상자가 결정됐고, 상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수상자들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최대 격전지라 꼽혔던 유격수는 KIA 박찬호가 비교적 큰 표수 차로 SSG 박성한을 이겼다. 포수도 삼성 강민호가 LG 박동원을 무난하게 앞섰다. 진짜 격전지는 외야였다. 수상 마지노선인 외야 3위 KT 로하스와 SSG 에레디아는 단 5표 차였다.
그리고 이날 가장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포지션이 있었으니 바로 투수. NC 외국인 투수 하트가 영예의 수상자가 됐다. 라이벌 삼성 원태인, KIA 네일을 이겼다.
하트가 총 119표를 받았고, 원태인 81표, 네일 63표였다. 41.3%, 28.1%, 21.9%의 수치. 꽤 차이가 났다.
이게 왜 놀랍냐. 사실 골든글러브든 MVP든 투표에는 '국내 선수 우대'가 있어왔던 게 사실. 투표인단이 한국 사람이니, 비슷한 성적이라면 돈을 벌고 가는 '용병' 개념의 외국인 선수보다 인지도 높은 국내 선수쪽으로 표심이 몰리기 마련이었다. 정말 친화적인 외국인 선수들은 현장 취재진이나,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지만 국내 선수들보다는 연결고리가 많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투수 부문은 원태인이 앞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공동이지만 다승왕을 차지했다. 투수 타이틀의 꽃은 다승이다. 타자로 치면 홈런왕과 같다. 여기에 삼성 에이스고, 외모도 수려하고 인기도 많으며, 인터뷰 태도도 훌륭하다. 다승 뿐 아니라 평균자책점 6위로 좋았다. 이닝은 하트에 앞섰다. 팀 성적도 한국시리즈에 오른 삼성이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한 NC 다이노스보다 훨씬 좋았다.
하트가 '투수 3관왕' 위업을 달성했으면 이런 얘기조차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트가 시즌 막판 흔들리며 결국 다승과 승률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하고, 탈삼진만 가져갔다. 타이틀로 보면 다승이 탈삼진보다 가치 있었다. 여기에 하트는 미국 복귀를 위한 과정을 거치며 NC 다이노스와의 재계약이 불투명했다. 이것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떠날 선수에게 상을 줄 필요 없다는 인식도 과거에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번 투표 인단은 냉철히 성과와 퍼포먼스를 살폈다. 하트는 투수 3관왕은 놓쳤지만 탈삼진 1위 뿐 아니라 평균자책점 2위, 다승 공동 3위, 승률 2위 등 전 부문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타이틀이 없다 뿐이지, 내용은 3관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골든글러브가 팀 성적보다 개인 성적으로 평가받는 상이라는 취지도 이번 투표를 통해 지켜진 셈이 됐다.
원태인은 이날 페어플레이상을 받았지만, 아쉬움을 삼키며 돌아가지 않았을까. 원태인은 시즌 마지막 단독 다승왕이 될 찬스가 있었는데, 포스트시즌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시즌 최종전 등판을 포기했다. 그 때 16승으로 단독 다승왕이 됐다면, 더 많은 표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건 결과론. 그 때 무리하지 않은 게 더 큰 어깨 부상을 막은 걸 수도 있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 듯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