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에릭 다이어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현재로서는 바이에른 뮌헨을 떠날 공산이 크다.
12일(한국시각) 독일 '바바리안 풋볼 워크스'는 '주전에서 밀린 다이어는 방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유벤투스의 관심을 받았던 다이어는 중동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어는 현재 바이에른에서 입지를 완전히 잃었다. 독일 아벤트차이퉁은 12일 '다이어의 추락, 뱅상 콤파니 밑에서 그는 어떻게 위기에 처했나'는 기사를 내보냈다. 아벤트차이퉁은 '다이어는 현재 바이에른에서 잊혀졌다. 그는 올 시즌 143분 출전에 그쳤고 이는 실망스러운 기록이다. 콤파니 감독은 공격적인 전술을 위해 빠른 센터백이 필요했고, 이런 이유로 다욧 우파메카노와 김민재가 선택받고 있다. 필요한 속도가 없는 다이어는 현재로선 바이에른에 필요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겨울이적시장에서 수비수 영입을 추진했다. 바이에른은 지난해 여름 해리 케인과 김민재를 데려오기 위해 스쿼드를 정리했는데, 수비쪽에 집중됐다. 뤼카 에르난데스를 파리생제르맹, 뱅자민 파바르를 인터밀란으로 보내면서 센터백 자원이 부족해졌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요시프 스타니시치 역시 레버쿠젠으로 임대를 떠났다. 바이에른에 남은 센터백 자원은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마타이스 더리흐트 뿐이었다. 바이에른은 결국 이 선택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더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부상을 당하며 김민재의 혹사로 이어졌다. 김민재가 아시안컵에 차출되자, 새 센터백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바이에른이 찍은 선수는 다이어였다. 다이어는 바이에른의 또 다른 약점인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이에른에 어울리는 영입이기는 하다. 바이에른은 지난 여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풀럼의 주앙 팔리냐 영입을 눈앞에 뒀지만, 불발된 바 있다. 바이에른은 올 시즌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부재로 미드필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키미히가 나섰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이어는 지난 여름에도 바이에른과 연결된 바 있다. 특히 케인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 케인은 토트넘 시절 다이어와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둘은 토트넘의 주장단으로 활약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영국의 '풋볼 인사이더'는 '케인이 다이어의 바이에른 이적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둘은 토트넘에서부터 매우 친한 친구 사이였다. 케인은 다이어에게 독일 생활에 대해 말해줬고 투헬과 구단 수뇌비 역시 그를 높게 평가하며 추천했다'고 전했다.
다이어는 토트넘에서 설자리를 잃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대대적인 개혁을 준비했는데, 그 출발이 다이어 제외였다. 다이어는 지난 시즌까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굳건한 신뢰를 받았다. 스리백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계속된 부진으로 토트넘 부진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느린 발과 불안한 빌드업 등 공수에 걸쳐 잦은 실수를 반복했다. 부진에도 불구하고, 라커룸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케인과 함께 리더 그룹에 속했던 다이어는 부적절한 리더십으로 팀 케미스트리를 여러차례 깨는 행동과 언행으로 질타를 받았다.
다이어는 1월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을 떠난 후 빠르게 바이에른 데뷔전을 치렀고,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다. 결국 완전 이적에도 성공했다. 다이어는 완전이적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계약상의 의무를 충족하며 2025년 6월까지 바이에른에서 뛰게 됐다. 더 나아가 주전 자리까지 꿰찼다. 투헬 감독은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는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를 제치고,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수비를 하는 다이어-더리히트 조합을 중용했다. 다이어는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설까지 나오는 듯 부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콤파니 감독 부임 후 다이어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다. 라인을 올려 공격적인 수비를 강조하는 콤파니 감독에게 다이어는 계륵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비슷한 스타일의 더리흐트는 맨유로 보내버렸다. 다이어는 바이에른 스쿼드에 남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잊혀진 선수가 됐다.
그 사이 김민재는 펄펄 날았다. 김민재는 올 시즌 바이에른이 치른 전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개막전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경기에서 펼펼 날았다. 억까로 유명했던 빌트와 키커의 평가를 바꿔버릴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상을 당해도, 콤파니 감독의 선택은 김민재일 정도다. 김민재는 이같은 활약으로 국제축구연맹 산하 기관인 CIES가 선정한 올 시즌 전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브레이킹 더 라인은 '김민재에게는 자석이 있다. 존재감보다 상위 개념이다. 주변 공간을 통제하는 방식, 그라운드를 그의 요새로 바꾸는 방식'이라며 '다른 수비수들과는 다르다. 강력한 임팩트는 없지만, 자신의 공간에서는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공격을 미화하는 전술 혁명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김민재는 가장 순수하고 클래식한 수비수다. 틀을 존중하면서 틀을 깨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어 '현대 축구는 수비수에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민재는 21세기 센터백의 청사진이다. 그의 패스 범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짧고 날카로운 패스 뿐만 아니라 롱 패스 역시 견고하다. 계산된 결정과 목적이 뚜렷한 패스다. 침착함은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이어가 팀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행히 그를 원하는 팀이 제법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복귀설이 나왔다. 축구전문매체 TBR은 '다이어가 바이에른과 재계약을 희망하고 있지만, 출전시간에 대한 보장은 없다'며 '다이어는 프리미어리그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브라이턴, 브렌트포드, 울버햄턴이 모두 다이어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을 마친만큼, 다이어는 분명 매력적인 카드였다.
최근에는 중동 구단이 행선지로 떠올랐다. 사우디아라미바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이 다이어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어는 나름 이름값이 있는 선수라 중동에서 선호할만한 선수다. 독일 TZ는 'UAE의 알 자지라가 다이어를 주시하고 있다. 아부다비에 있는 이 구단은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알 자지라는 다이어를 FA로 영입할 수 있다면 여름에 이적시키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더불어 여러 프리미어리그 구단도 다이어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에른은 현재 이토 히로키와 요시피 스타니시치의 부상으로 수비진의 뎁스가 얇다. TZ도 '김민재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10월 초부터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김민재는 겨울 휴식기까지 버텨야 한다'고 했다. 김민재 역시 "프랑크푸르트전 이후 문제가 있다.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다이어를 정리하며, 새로운 수비수를 더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에른은 14일 마인츠 원정, 21일 라이프치히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겨울 휴식기에 들어간다. 이 두 경기에서도 다이어가 출전하지 못한다면, 바이에른에서 그의 시간은 끝날 공산이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