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런 복덩이 외국인 선수가 또 어디 있을까. LG 트윈스의 잔혹사를 끊어준 효자 선수의 감동적인 2박3일 한국 출장(?)이다.
LG 오스틴 딘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유일했다. 골든글러브는 보통 정규 시즌이 끝난 후 거의 2개월 후에 열리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이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본국에 돌아가 가족들과 휴식을 취해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릭 페디나 과거 에릭 테임즈처럼 선수의 의지로 잠시 한국에 들어와 시상식 일정을 소화하는 사례가 있긴 했지만, 그 역시 극히 드문 케이스였다.
그런데 오스틴이 깔끔한 수트를 입고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유가 있었다. 1루수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린 오스틴은 오직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잠시 들렀다.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지난 12일 한국에 도착했고, 13일 시상식 참석 후 14일 다시 출국하는 일정이다. 10시간을 훌쩍 넘기는 비행 시간을 감안하면 대단한 결심이기도 하다.
'다행히' 오스틴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1루수 부문 경쟁자인 맷 데이비슨(NC)을 제치고 193표 득표율 67%로 압도적 지지를 받아 수상에 성공했다. KBO는 시상식 전에 절대 수상 여부를 구단과 선수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힌트도 없다. 다만, 외국인 선수들이 후보인 경우 구단을 통해 '대리 수상자가 있느냐'는 확인 정도만 한다. 확인을 해도 무조건 수상이 보장되는게 아니고, 기본적인 절차일 뿐이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까지 오는 것은 자칫 모험이 될 수 있다. 야심차게 왔는데 상을 못받으면 서로 민망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상식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내와 아들이 흔쾌히 허락했다. 올해초 팬들에게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면 꼭 시상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왔다"고 밝혀 감동을 자아냈다.
오스틴은 LG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은 복덩이 선수다. 수년간 외국인 타자들의 부진, 부상으로 허덕이던 LG가 화려한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없어도, 빼어난 타격 능력, 장타력과 더불어 워크에식까지 갖춘 오스틴을 영입한 효과를 제대로 보면서 지난해 통합 우승의 한도 풀었다.
오스틴은 이날 골든글러브 수상 후 자신의 휴대폰에 미리 성심성의껏 준비해온 수상 소감을 밝히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짧고 험난한 2박3일 일정이었지만, 오스틴의 참석으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훨씬 더 빛날 수 있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