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치열한 접전지의 승자는 하트였다. 결별이 유력한 상황에서 깜짝 반전이다.
13일 열린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투수 부문 수상자는 NC 다이노스 카일 하트였다. 올 시즌 NC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하트는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3패 평균자책점 2.69의 성적으로 탈삼진 부문 1위(182K)를 차지했다.
올 시즌 하트의 페이스는 대단했다. 시즌 중반까지 2~3개 부문 이상을 최상위권에 오르내리며 최대 3관왕까지도 내다볼 수 있었다. 후반기 감기 몸살로 인한 컨디션 난조에 부상이 겹치면서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끝난 것이 아쉬웠지만, 이전까지는 완벽에 가까웠다.
하트의 수상이 결코 이상하지 않지만, 경쟁자들의 이름을 보면 왜 더욱 대단한 결과인지 확인할 수 있다. 투수 부문 주요 경쟁자는 '다승왕'인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과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이끌고 '최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제임스 네일이었다.
투표 결과 하트는 119표를 받아 득표율 41.3%로 1위를 차지했고, 원태인이 81표(28.1%)로 2위, 네일이 63표(21.9%)로 3위를 기록했다. 1위를 수상한 선수가 과반수를 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투수 부문이 다른 포지션들에 비해 유독 더 치열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하트가 보여준 올 시즌 퍼포먼스가 그만큼 강렬했다는 증거다.
아쉽게도 하트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로도 한달 이상 흐른 시점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고국에서 가족들과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참석하기는 쉽지 않다. 오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홀로 한국에 온 LG 트윈스 오스틴 딘이 대단한 이유다. NC는 전민수 코치가 하트 대신 대리 수상에 나섰다.
하트가 영광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지난해 에릭 페디에 이어 NC는 2년 연속 투수 황금장갑을 배출하게 됐다. 하지만 하트와의 재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뒷맛은 다소 씁쓸하다. 시즌 종료 후 서둘러서 하트와 재계약을 추진해왔던 NC는 최근 선수가 메이저리그 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사실상 결별이 유력해졌다.
NC가 기대를 걸었던 또 한명의 외국인 선수인 타자 맷 데이비슨은 1루수 부문 수상에 실패했다. 올 시즌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쥔 데이비슨은 최대 2년 다년 계약까지 마친 상태이지만, 오스틴에게 투표에서 밀리면서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