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비교시 OECD 증가율 2위…2019년 대입하면 중위권
영구 이민자 규모는 OECD 중위권…한국, 코로나 이후 증가 추세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지난해 전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으로 가는 이민자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원래 우리나라의 이민 제한 정책 세지 않았나", "이민자가 이렇게 많다니 실감 나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드니 이민자 받는 게 최선이다", "지방 공장에 내려갔더니 식당에 외국인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등 다양한 의견과 엇갈리는 반응이 쏟아졌다.
과연 한국행 이민자가 주요 국가 중에 최고 수준일까?
이와 관련해 언급됐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검증해봤다.
◇ '이민자' 정의, 국가별·기관별 다르기도
우선 이민자에 대한 정의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국가별, 기관별로 다르게 정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의 '이주민통계 국제 비교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비교를 위해 OECD나 유럽연합(EU) 이주민 통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이민자 개념은 '외국인 인구(foreign population)'와 '해외 출생 인구(foreign-born population)'다. 2000년대 들어 이민자 통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출생 인구' 개념을 확장한 '이주 배경 인구(the population with a migrant background)'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인구'는 유입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 국적 소지자를 말하며, '해외 출생 인구'는 그의 출생지(또는 출생 당시 어머니의 상주지)가 현재 상주하고 있는 국가 밖인 사람들을 말한다. 해외 출생 인구는 유입국에 거주하는 이민 1세대를 뜻하며, 여기에는 외국 국적자(외국인)와 귀화한 내국인(귀화자)을 포괄한다.
'이주 배경 인구'는 해외에서 출생해 이주한 이민 1세대와 부모 중 적어도 한 사람이 해외 출생 이민 1세대인 국내 출생자, 즉 이민 2세대를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OECD에서 발간하는 '국제 이민 전망(International Migration Outlook)' 보고서에서 이민자 유량(flow: inflow and outflow)은 외국인 인구 통계를 활용하며, 거주 이민자 규모는 외국인 인구와 해외 출생 인구를 모두 포함한다. 이민자들의 사회통합 수준을 보여주는 이민자통합지표를 산정할 때는 해외 출생 인구와 이주 배경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
주요 매체들이 "OECD 회원국 중에 한국 이민 증가율이 세계 2위"라고 보도한 것은 11월 14일(현지시간) OECD에서 나온 '2024년 국제이주 전망' 보고서 중에 '영구적 형태의 이민(Permanent-type migration)' 통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OECD는 영구 이민에 대해 출생 시 외국 국적, 국외 출생, 장기 정착 목적, 귀화자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단순히 국적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의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OECD 국가로 영구 이민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650만명이 OECD 회원국으로 이주했다. 이는 OECD 국가의 노동력 부족과 저출생, 이주에 대한 국제 협력 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OECD는 "회원국 중 3분의 1이 지난해 기록적인 수치의 이민자를 수용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회원국의 인구구조 변화 등을 이민자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장-크리스토프 뒤몽 OECD 국제이주부서장은 "이민자 급증은 단순히 팬데믹으로 인한 요인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며 이민 증가 추세엔 외국인 노동자와 해외 유학에 대한 강한 수요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 2022년과 비교시 OECD 증가율 2위…2019년 대입하면 중위권
OECD의 '2024년 국제 이민 전망' 보고서를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비교 연도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의 경우 OECD 국가 중에 영구 이민 증가율로 따지면 2023년에 전년 대비로 세계 2위이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중위권, 이민 인구 규모도 중위권이었다.
이처럼 비교 연도와 이민자 정의에 따라 한국의 이민자 증가율은 다양하게 해석될 소지가 있지만 최근 들어 한국행 이민자가 늘고 증가율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으로 온 영구 이민자는 2015년 6만5천600명, 2016년 7만2천900명, 2017년 7천1천100명, 2018년 7만6천명, 2019년 7만2천500명, 2020년 5만3천명, 2021년 4만8천200명, 2022년 5만7천800명, 2023년 8만7천100명이었다.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주춤했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으로 온 영구 이민자는 2022년 대비 50.9% 늘어 증가율로 보면 OECD 회원국 중 영국(52.9%)에 이어 가장 높았다. 주요국의 증가율은 호주 39.7%, 미국 13.4%, 스페인 12.3%, 캐나다 7.8%, 독일 3.5%였으며 OECD 평균 증가율은 9.7%였다. 반면 이스라엘은 영구 이민자가 같은 기간 38.5% 줄었고 에스토니아 -36.2%, 리투아니아 -32.4%, 이탈리아 -11.6%였다.
하지만 2019년과 비교해보면 지난해 영구 이민자 증가율은 한국이 20.1%로 뉴질랜드(213.4%), 영국(109.7%), 멕시코(72.4%), 핀란드(51.9%), 스페인(48%), 캐나다·이스라엘(38.3%), 스위스(35.6%), 아일랜드(34.3%), 덴마크(32.3%), 이탈리아(24.6%), 포르투갈(24.1%), 호주(22%) 보다 밀렸다. 한국은 OECD 평균 증가율인 27%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한 해의 영구 이민 인구 수만 따진다면 미국이 118만9천800명으로 단연 1위였고 영국(74만6천900명), 독일(69만2천700명), 캐나다(47만1천700명), 스페인(36만4천100명), 프랑스(29만7천600명), 호주(23만8천700명), 이탈리아(20만8천200명), 네덜란드(19만4천700명), 일본(15만4천800명), 스위스(14만4천500명), 포르투갈(13만2천400명), 벨기에(12만300명), 뉴질랜드(11만9천300명), 오스트리아(10만5천400명), 한국(8만7천100명) 순이었다.
한국에 이어서는 스웨덴(8만7천100명), 멕시코(6만9천900명), 아일랜드(6만5천200명), 덴마크(6만600명)가 뒤를 이었다. 영구 이민 인구에는 임시 신분으로 들어와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사람도 포함된다.
OECD는 '2024년 국제 이민 전망' 보고서에 첨부된 한국 편에서도 이민자 현황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서 한국은 2022년 5만8천명의 신규 이민자를 받아들였으며 이는 2021년보다 20% 늘었다. 2022년 신규 이민자 상위 3개국은 중국, 베트남, 태국이었으며 상위 15개 출신국 중 베트남이 전년 대비 한국으로 유입이 가장 컸다.
OECD는 한국 정부가 조선, 건설, 서비스업, 농업, 어업 등 특정 산업 분야의 인력 부족 완화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한국으로 첫 망명 신청자 수가 전년보다 63% 늘어 1만9천명에 달했다는 것이다. 신청자 대부분은 러시아(5천800명), 카자흐스탄(2천100명), 중국(1천300명) 출신이었다.
2022년 OECD 회원국으로 간 한국인 이민자도 26% 늘어 4만3천명에 달했다. 이들의 37%는 미국, 13%는 캐나다, 11%는 일본으로 이주했다.
◇ 한국행 이민자는 대부분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출신
한국고용정보원의 '이민자 고용실태와 정책 방향' 보고서(2021년)에는 한국 정부의 이민자 통계치 분석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 보고서는 통계청의 '국제인구이동통계'를 인용해 2020년 기준 국내 체류 기간 90일을 초과한 외국인 입국자의 대다수는 중국이나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며, 외국인 입국자의 22.4%는 전문인력(E-1~E-7), 비전문 취업(E-9), 방문취업(H-2), 단기 취업(C-4) 등 취업 관련 비자를 부여받은 외국인이라고 분석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도 인용해 국내에 91일 이상 거주 중인 상주 이민자는 2020년 11월 기준 214만7천 명으로 한국 총인구의 4.1%를 차지하며, 이 같은 상주 이민자의 79%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외국인이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와 미성년 외국인 주민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3%와 11.7%라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외국인력 정책이 전문 외국인력 정책과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으로 구분된다며 전문 외국인력 정책은 해외 우수 인재의 유치와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은 비숙련 외국인의 정주화 방지와 내국인 보호 등을 원칙으로 하는 고용허가제로 대표된다고 봤다.
통계청의 '2023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상주 외국인(15세 이상)은 143만명으로 전년보다 12만9천명(9.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취업자는 8만명(9.5%) 늘어난 92만3천명으로 외국인 수와 외국인 취업자 수 모두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였고 증가 폭도 가장 컸다.
연령대별로 30대가 전년보다 3만명 늘어난 30만8천명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했고 15∼29세는 4만1천명 증가한 21만4천명으로 23.2%였다. 이처럼 30대 이하가 취업자의 56.5%에 달했다.
국적별로 취업자는 한국계 중국인이 35.3%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11.3%), 중국(4.9%) 순이었다. 국내에 상주하는 최근 5년 이내 귀화허가자는 5만1천명으로 전년보다 1천명(2.5%) 줄었다.
전체 외국인 중 1년간 월평균 총소득인 200만∼300만원 미만은 32.8%, 300만원 이상은 24.4%로 집계됐으며 지난 1년 동안 소득이 없었다는 외국인도 29.8%에 달했다. 외국인은 총소득의 39.4%를 생활비로 썼고 국내외송금(23.2%), 저축(15.7%), 주거비(11.8%)가 뒤를 이었다. 주거 형태를 살펴보면 외국인의 59.2%가 전월세를 사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건너온 많은 외국인은 단기 취업 비자로 일하다가 돈을 모아 거주국으로 돌아가던 초창기와 달리 최근에는 한국에서 자리 잡으려는 '정주 지향'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51% 이상이 체류 기간 연장을 원했고, 17.2%는 영주권 취득을, 11.3%는 한국 국적 취득을 희망해 한국에서의 장기체류 또는 정주를 희망하는 비율은 79.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정부는 인구 위기에 대응하고 범정부 차원의 효율적 이민정책 추진을 위해 이민청을 신설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수립한 '제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 이 내용을 포함해 추진 중이다.
이민청은 출입국심사, 비자 발급, 국적·영주, 난민 지위 등 광범위한 재량권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며,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민청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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