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토트넘 홋스퍼 부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첼시와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 경기에서 3대4로 역전패한 뒤 이례적으로 구단의 운영 정책을 비판했다. 궁극적으로는 다니엘 레비 회장의 '짠돌이 운영'에 대한 저격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로메로는 "맨체스터 시티는 매년 우승 경쟁을 하고, 리버풀은 선수단을 강화하는 것을 봐왔다. 첼시 역시 선수단을 강화한 직후에는 잘 못하다가 이제야 결과를 내고 있다"면서 "이게 바로 우리가 따라가야 할 부분이다. (토트넘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늘 똑같았다. 선수가 바뀌고 코칭스태프가 바뀌었다. 늘 같은 사람들만 책임을 진다.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2019년 11월에 경질된 이후 5년 간 무려 6명의 감독과 감독대행이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는 7번째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팀 성적은 전혀 나아지지 못했다.
우승권과는 늘 거리가 먼 상태다. 그나마 지난 시즌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첫 해 5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다시 11위로 떨어졌다.
이런 부진의 근본적인 이유를 로메로는 감독이 아닌 구단의 비효율적 운영에서 찾고 있다. 구단이 제대로 선수단 강화를 위한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로메로의 이 같은 지적이 정확했다는 게 통계로 드러났다. 토트넘이 EPL 구단 가운데 매출 대비 선수단 운영 비용에서 꼴찌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레비 회장은 EPL 구단 대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수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매체 TBR풋볼은 12일 '로메로의 저격을 받은 레비 회장은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지급했나'라며 토트넘의 운영 상황에 관해 자세히 전했다.
토트넘은 2019년에 새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이전한 이후 이전보다 거의 세 배의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 수익이 선수단 강화 비용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연히 우승권 경쟁을 펼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토트넘의 지분과 의결권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레비 회장과 ENIC 그룹은 성적 부진이 투자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계 장부상 나타난 정황은 투자가 경쟁팀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토트넘 회계 장부에 따르면 구단의 지출 및 임금은 2018~2019시즌부터 매 시즌 상승해 지난 회계연도에는 총 3억6000만파운드(약 658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수익과 선수단 비용의 격차는 갈수록 커졌다. 토트넘의 선수단 비용은 이른바 '빅 6' 클럽 중 가장 낮았다. 특히나 매출 대비 스쿼드 비용은 EPL 전체에서 최하위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토트넘은 수익의 66%를 선수단 비용 등에 지출했는데, 이는 EPL 구단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토트넘 다음으로 적은 브렌트포드와 브라이튼도 무려 78%를 지출했다. 아스널은 80%였다. 토트넘이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격차다.
그런데 레비 회장의 급여는 이와 정반대로 EPL 최고수준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레비 회장은 배당금을 받지 않는 대신 '토트넘 회장'이라는 직책에 따른 임금과 인센티브 등을 받고 있다.
레비는 2001년 ENIC 그룹이 토트넘을 인수하고 의사회 회장으로 임명된 뒤 현재까지 무려 5100만파운드(약 932억원)의 돈을 받았다. 급여와 보너스가 포함된 금액이다. 2018~2019시즌에는 연봉만 700만파운드(약 128억원)를 받았다.
이 금액은 다른 EPL 구단 대표들을 월등히 압도하는 액수다. 같은 기간(2001~2024) 2위로 추정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표들(데이비드 길-에드 우드워드)이 4100만파운드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결국 레비는 선수단을 강화하는 데는 돈을 아끼면서 스스로에게는 막대한 임금을 지적했던 것이다. 토트넘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