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내년에는 제대로 더 잘하겠습니다."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 한화 이글스의 고참 8인방이 결국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미디어데이. 한화 이글스의 주장 채은성은 "5위 안에 들지 못하면 고참 선수들이 태안 앞바다에 입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디어데이에서의 공약은 보통 '우승'이 조건일 때가 많다. 채은성은 이례적으로 '실패'를 들었다.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8년. 이후 최하위를 전전하면서 혹독한 리빌딩 시기를 겪었다.
상위 지명권으로 좋은 신인을 꾸준하게 모으고 성장의 단계를 밟아갔다.
한화의 리빌딩은 단순히 육성에만 집중되지 않았다. 꾸준하게 FA 선수를 영입하며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는 채은성을 영입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안치홍과 계약했다.
'초대형' 전력보강도 이어졌다.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해 2012년까지 98승을 거둔 '몬스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메이저리그 잔류도 가능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힘이 있을 때 한화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KBO리그행을 택했다.
성적을 내기 위해 어느정도 준비를 마쳤다고 한화는 '리빌딩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5강을 향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불타올랐다.
출발도 좋았다. 개막 10경기에서 8승2패를 하며 '정상의 공기'도 맛봤다. 그러나 연승 이후 후유증이 찾아왔고, 부상자도 이어졌다. 결국 수직 추락을 경험한 한화는 5월말 최원호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6월초 한화는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사령탑으로 있으면서 총 10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가을야구 청부사'였다.
한화로 온 김 감독 역시 가을야구를 목표로 내세웠다. 빠르게 재정비를 마친 한화는 9월 초 5위에 1경기 차까지 추격하는 등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문동주의 부상을 비롯해서 다시 한 번 사이클이 떨어졌고, 정규시즌을 8위로 마쳤다.
한화 고참들은 지키지 못한 약속에 책임을 지기로 했다. 류현진부터 앞장섰다. 류현진은 11일 자신의 SNS에 바다에 입수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류현진을 비롯해 주장 채은성과 이태양 장시환 최재훈 채은성 안치홍 장민재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영상에는 '팬 여러분과 약속을 지키러 겨울 바다에 다녀왔습니다. 내년에 제대로 더 잘하겠습니다'는 문구가 담겼다. 추위 속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한화는 내년 시즌부터 신구장에서 시즌을 치른다. 새로운 출발인 만큼 그동안의 '약팀' 이미지를 확실하게 벗어 던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갑부터 확실하게 열었다. 시즌 종료 후 내야수 심우준과 4년 총액 50억원에 계약을 했고, 곧바로 투수 엄상백을 4년 총액 78억원에 영입했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힌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무한 경쟁 체제를 예고하며 '체질 개선'을 알렸다. 시즌 종료 직후부터 고강도의 훈련을 진행하며 내년을 바라봤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까지 직접 지휘한 김 감독은 "다 함께 한화를 강팀으로 만들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선수도 여럿 있었다"라며 "이제 각자 비 활동기간을 잘 보내고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으로 만나길 바란다"고 달라질 2025년을 기대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