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메츠와 후안 소토가 역사적인 FA 계약에 합의한 뒤 후폭풍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패전'을 안은 뉴욕 양키스는 실망할 틈도 없이 후속 행보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양키스는 11일(한국시각) FA 좌완투수 맥스 프리드와 8년 2억180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소토와의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선발진 강화를 위해 프리드 및 또 다른 FA 선발 코빈 번스와 접촉해 온 양키스는 결국 소토를 놓치자 프리드와의 계약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양키스는 소토가 빠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타선 보강 작업에도 들어갔다. 시카고 컵스 외야수 겸 1루수인 좌타 거포 코디 벨린저 트레이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진이 넘쳐남에도 프리드와 계약한 이유가 젊은 선발투수 클라크 슈미트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벨린저를 영입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확실한 에이스급 선발을 데려온 대신 유망주 선발을 트레이드에 이용해 타선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양키스는 작년 겨울 벨린저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영입을 검토했었다.
양키스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LA 다저스도 소토를 데려오기 위한 예산을 준비했다. 실제 메츠와의 계약 합의 소식이 전해지기 2~3일 전까지만 해도 유력 행선지로 거론됐던 팀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6억달러까지 부른 뒤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즈음 다저스는 FA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를 1년 1700만달러에 영입했고, 앞서 좌완 FA 선발 블레이크 스넬을 5년 1억8200만달러에 데려오기도 했다. 또한 우완 블레이크 트라이넨을 2년 2200만달러에 붙잡는 등 겉으로는 소토에 굉장히 진지한 색깔을 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필요한 보강을 해나가는 실속 행보를 펼쳤다.
주목할 것은 메츠와 소토가 합의한 15년 7억6500만달러(AAV 5100만달러)의 천문학적인 수준의 계약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토 쟁탈전은 사실상 양키스와 메츠 구단주 간 자존심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무진이 아닌 구단주가 협상을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ESPN 제프 파산 기자는 11일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이나 데이비드 스턴스 메츠 사장이나 소토가 남은 커리어 대부분을 지명타자로 뛰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의 구단주에게 '이 선수에게 연간 5100만달러를 주는 게 좋은 계약이라는 것 아시잖아요'라고 말했다는 걸 믿어야 하나? 그랬을 가능성은 없다. 이 계약은 전적으로 두 구단주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양키스와 메츠가 소토 영입전을 끝까지 벌인 끝에 탄생한 역사적인 계약은 사장이나 단장 선에서 추진한 작업이 아니라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와 스티브 코헨 메츠 구단주가 주도한 일종의 운명을 건 경쟁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파산 기자는 결과를 '메츠=승자, 양키스=패자'라는 단순한 구조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양키스가 소토 쟁탈전에서 패함으로써 결국에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렇게 보면 된다. 이번 소토 계약은 좋은 딜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나는 다른 모든 것들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인 오버페이(overpay)"라고 주장했다.
양키스에게는 결국 장기적인 팀 전력 측면에서 '전화위복'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캐시먼 단장은 소토 계약에 실패한 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소토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정말 열과 성을 다했다. 그의 노력을 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쉬움 못지 않게 시원하다'는 뉘앙스다.
LA 팬들도 다저스가 소토 쟁탈전서 밀려났다는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팬 매체 다저스네이션은 '다저스는 후안 소토와 계약하지 않고도 훨씬 나은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다저스는 소토 쟁탈전에서 빠져나와 즉각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다저스의 일원으로서 자신들보다 훨씬 큰 팀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선수들을 앞세워 필드에서 챔피언다운 전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논평했다.
이미 완성형 전력인 다저스 입장에서 엄청난 돈을 주고 소토를 데려와봐야 걱정만 늘고 기존 선수들의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될 게 없다는 얘기다.
미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토 계약을 놓고 '메츠가 패자, 양키스-다저스가 승자'라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