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안세영 작심발언' 사태로 드러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실행정이 '시즌2' 국면을 맞고 있다. 국가대표팀 지도자(감독-코치) 해임 이슈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진상조사를 받게 됐고, 새 지도자 공개모집을 졸속 추진하려다 대한체육회의 제동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문체부는 이날 대한체육회와 배드민턴협회에 공문을 보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스포츠조선이 입수한 '배드민턴 국가대표 지도자 임용 관련 의견 회신 요청' 공문에 따르면 문체부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지도자 재임용 관련 국민신문고를 통해 들어온 민원에 대하여 협회의 관련 자료 일체(국가대표 지도자 계약, 재임용 관련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록 등)를 13일까지 회신하라'고 요청했다. 문체부는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에 대해 '같은 날(13일)까지 사실관계 파악 및 조치 계획(안)을 회신해 달라'고 했다.
배드민턴대표팀 김학균 감독과 코치 2명은 지난 9일 협회로부터 재평가 결과 '재임용 불가' 통보를 받자 불투명한 절차와 규정 위반으로 내려진 조치라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스포츠조선 12월9일 단독보도> 앞서 김 감독 등은 지난 6일 협회의 부당행위를 감지하고 국민신문고, 문체부,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문체부 담당자로부터 전화 연락도 받았고, 관련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감독-코치진이 의혹을 제기한 '난데없는 정성평가 도입'에 대해서는 "지난 2020년 대한체육회가 내려 준 재임용 평가표 지침에 따라 '정량평가 50%+정성평가 50%'를 적용한 것이라 별 문제가 안된다"고 했다.
이에 김 감독은 "궤변이다. 지난 9, 11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내려 준 지도자 선발 관련 공문에서는 '올림픽 등 주요 대회 성과를 감안한 평가를 통해 재임용'이라고 명시돼 있다. 협회가 말한 2020년 지침이 '구법'이라면 2023년 공문은 '신법'인데, 어떻게 '구법'이 '신법'을 우선할 수 있느냐"면서 "공정성을 강조하는 사회 기류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시 정성평가를 배제하는 추세인데, 채용 공고문에 없던 정성평가를 갑자기 적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변했다.
이런 가운데 정성평가를 맡은 평가위원단(5명)에 대한 공정성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평가위는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부위원장 2명과 배드민턴·체육계 인사 3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3명이 특정 지역(전북) 출신으로 편중된 데다, 3명 중 1명은 문체부 '안세영 사태 관련 사무조사'에서 비위 의혹 지적을 받은 협회 전무이사의 같은 소속팀 후배 지도자이고, 나머지 2명은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 여기에 또다른 1명의 평가위원은 2년 전 대표팀 지도자 공개모집 때 김 감독과 경쟁했던 인물이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평가위원 상당수가 평소 김학균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 데다, 대표팀 경험자는 1명뿐이다. 평가위원 구성부터 공정성을 잃었는데, 김 감독이 수긍할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협회는 이날 부리나케 신임 지도자 공개모집 공고를 내려다가 대한체육회의 승인 거부로 망신살을 초래했다. 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상 1개월 전에 공고를 내야 한다는 규정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김 감독 등의 계약기간이 12월 31일까지여서, 협회는 20일부터 31일까지 공모를 하려고 했다. 관련 규정에 '긴급한 사유의 경우 체육회와 사전 협의 후 공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체육회가 보기에도 협회의 행정이 '졸속'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