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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턱 넘지 못한 이랜드, 스스로 놓친 '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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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아쉽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창단 첫 승격을 노리던 이랜드의 도전이 막을 내렸다. 이랜드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서 1대2 역전패를 당했다. 1차전에서도 1대2로 패한 이랜드는 1~2차전 합계 2대4로 패하며, K리그1행이 좌절됐다.

'졌잘싸'였다. 이랜드는 전현직 국가대표가 즐비한 두 수위의 전북을 상대로 용맹하게 맞섰다. 선제골까지 넣으며,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전북이라는 높은 벽을 넘기에는 한끗이 부족했다. 연달아 골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팬들도 '덕분에 행복한 1년이었습니다' '고개 들자 새로운 역사를 쓴 그대' 등의 걸개로 화답했다.

이랜드에 특별한 2024년이었다. 창단 10주년을 맞은 이랜드는 승격의 한을 풀어줄 적임자로 수원FC에서 성공시대를 연 김도균 감독을 점찍었다. 1년 넘게 김 감독 설득에 나섰다. 삼고초려였다. 이랜드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김 감독은 고심 끝에 도전을 택했다. 이랜드가 승격 경험이 있는 사령탑을 데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단부터 새롭게 꾸렸다. 오스마르, 김오규, 브루노 실바 등을 더한 이랜드는 지난 시즌과 거의 같은 예산을 쓰고, 타 팀이 긴장할만한 스쿼드를 만들었다. 풍부한 인맥과 넓은 스카우팅 시스템을 구축한 '김도균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K리그2 영플레이어상' 서재민을 필두로 백지웅 변경준 등 젊은 자원들을 중용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김 감독의 공격축구로 무장한 이랜드는 창단 후 최고 성적인 3위에 올랐다. 창단 첫 해 이후 10년 만에 '가을축구'의 문을 열었다. 창단 최다승과 최다승점도 기록했다. PO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따돌리고 창단 첫 승강 PO행도 이뤄냈다. 온갖 새 역사를 써내려간 이랜드지만, 승격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별의 순간'은 있었다. 여름 이적시장이었다. 이랜드는 3위로 순항 중이었다. 창단 후 최고의 흐름이었다. 김 감독은 부상으로 풀타임 출전이 불가능한 이코바를 보내는 승부수를 띄웠다. 외국인 스트라이커에, 약점인 오른쪽 풀백까지 보강하면, 우승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구단의 움직임은 소극적이었다. 최전방은 정재민의 영입과 김신진의 임대로 마무리됐다. 이동률이 시즌 아웃된 측면도 이준석 임대가 끝이었다. 외국인 쿼터도 몬타뇨로 마무리했다. 오른쪽 풀백 보강은 아예 없었다.

팀의 문제를 고쳐줄 '의사'를 데려다 놓고 처방전을 받았는데, 정작 약국에는 가지 않은 셈이었다. 큰 돈을 들이지 않은 선수들이 하나둘씩 터지다보니, 오히려 돈을 투자해야 하는 순간에 지갑을 닫았다.

결국 이랜드는 막판 동력을 받지 못했다. 고민이 됐던 그 포지션은 두고두고 문제가 됐다. 사실 승강 PO 역시 김 감독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며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결국 최전방에서 차이가 갈렸다. 전북에는 승강 PO에서 두 골을 넣은 티아고가 있었다. 김신진과 정재민이 고군분투했지만 역시 무게감이 약했다. 경기 후 김 감독도 외국인 스트라이커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치를 쌓은 이랜드는 2025시즌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약점 포지션만 보강한다면 보다 더 승격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단이 더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금처럼 선택의 단계가 너무 많으면 자칫 '별의 순간'을 놓쳐버린 올 여름과 같은 실수를 범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