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지만 겨울이면 따뜻한 감성이 온몸을 감싼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반짝이는 조명, 신나는 캐럴 사이로 흥도 차오른다. 여기에 흰 눈까지 더 해지면, 열리는 동심의 세계. 12월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기분이다. 한 해의 마지막을 낭만적으로 보낼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동화마을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12월 테마 여행지 중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해외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연인, 가족, 친구 등 누구와 함께해도 만족할 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으니 서둘러 떠나보자.
▶날마다 크리스마스, 기차 타고 떠나는 분천 산타마을
봉화군 분천 산타마을은 매일이 크리스마스다. 산타마을의 첫 관문인 빨간 지붕인 분천역을 시작으로 역사 앞 광장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찬 바람과 천연 눈이 만들어 낸 배경까지 더해진 12월이면 설렘은 배가 된다. 썰매를 끌며 달려가는 귀여운 루돌프 모형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빨간 코와 뿔이 달린 네 마리의 루돌프가 끄는 썰매에는 흰 수염에 빨간 옷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도 보인다. 썰매에 올라타면 산타 할아버지 옆자리에 앉아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광장 주변에는 갖가지 포토존이 줄을 잇는다. 익살스러운 산타, 알록달록한 기차 등을 배경으로 즐겁게 사진을 찍다 보면 잊고 살았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산타우체국에서 내년 크리스마스에 배달되는 엽서를 쓰고, 루돌프 열차를 타며 즐기다 보면 겨울 하루가 짧기만 하다. 빨간 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분천 산타마을을 중심으로 12월 21일부터 축제도 열린다.
▶ 내 안의 순수 '피노키오와 다빈치'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있는 이탈리아 마을 '피노키오와 다빈치'는 유럽 감성이 가득한 곳이다. 2021년 5월 개관했고, 국내에서 유일한 이탈리아 테마파크이기도 하다. 청평면 소재의 3만 3000여㎡ 부지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옮겨 조성했으며, 이탈리아 예술과 문화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각각의 이야기가 담긴 총 23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관람하는 내내 흡사 이탈리아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주요 테마는 '피노키오'와 '다빈치'다. '피노키오의 모험'을 쓴 작가 카를로 콜로디를 기리는 콜로디 재단과 정식 제휴를 맺어 피노키오를 주제로 흥미로운 전시와 공연을 상설 진행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티브로 그의 업적과 행보를 살펴볼 수 있는 관련 작품 등을 전시한다.
12월이면 '피노키오&어린왕자 별빛축제'를 진행,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통합요금으로 자매 마을인 쁘띠프랑스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2008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프랑스 테마파크인 쁘띠프랑스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테마 여행이 가능하며, 1943년 청평댐이 완공되며 조성된 자라섬에서는 산책과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다. 겨울철 숲속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1994년 축령산 인근에 개원한 아침고요수목원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사시사철 한국 정원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스위스 산악열차 매력 '하이원 추추파크'
강원도 삼척의 하이원추추파크는 엄밀히 말하면 동화마을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지대의 설산을 배경으로 스위스 시골 마을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동화 속 마을을 연상케 한다.
삼척 하이원추추파크는 철도테마 리조트다.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트레인과 옛 영동선 철길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는 산악형 레일바이크, 키즈카페와 체험형 실내 동물원, 독채형 리조트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스위치백트레인은 1963년 첫 개통 이후 2012년 6월 솔안터널이 완공되면서 50년의 역사로 마감해야 했지만, 하이원추추파크에서 스위치백 구간을 보존하려 다시 경적을 울렸다. 증기기관차와 같은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는 고전적으로 꾸며 볼거리를 더했고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힘차게 달린다.
경사가 가파른 산기슭을 지그재그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오르는 이색적인 기차여행과 함께 흥전삭도마을에 정차해 마을 부녀회에서 판매하는 잔치국수 한 그릇이 겨울의 낭만을 더한다. 하이원추추파크는 영월, 정선, 태백, 삼척 폐광지역의 점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 만든 운탄고도 7길 코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탄맥을 품은 통리탄탄파크도 지척이다. 미디어아트로 빛을 품게 된 갱도는 '기억을 품은 길'에서 시작해 '빛을 찾는 길'로 나오며 탄광의 역사와 미래를 되짚어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 웰니스 휴양마을 '엥겔베르그'
정읍에는 유럽의 웰니스 휴양마을을 옮겨놓은 듯한 엥겔베르그가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순식간에 유럽으로 연말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제공,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여행자들이 제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유로마켓 베이커리 카페다. 구석구석을 장식한 앤티크 소품과 가구가 유럽 저택을 방불케 한다. 베이커리 카페는 차와 디저트 등으로 이뤄진 애프터눈티 메뉴를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예약자만 3층 앤티크 라운지를 둘러볼 수 있다. 앤티크 라운지는 한층 전체가 고가구와 소품으로 가득하다. 도슨트와 함께 약 30분가량 관람한다.
유럽마을 엥겔베르크 내에는 오리엔탈 티롤 차 박물관이 볼만하다. 이양수 향원당 원장이 반세기 넘게 모은 한국, 중국, 일본의 다구와 다기들은 유럽 안의 동양처럼 자리한다. 차 박물관을 나와서는 유럽 마을을 산책한다. 독일마을을 모티브로 한 건물의 이중경사 지붕, 첨탑 등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정읍사와 한국가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한국가요촌 달하,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등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갤러리카페 이오일스페이스, 추운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정읍쌍화차거리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