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준 역대 3위…1∼10월 742억달러 흑자
한은 "올해 900억달러·내년 800억달러 흑자 목표 달성 가능할 것"
"계엄 사태, 경상수지 큰 흐름 바꿀 정도 영향 없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반도체·자동차 등의 수출 호조와 함께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여섯 달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석유제품 등 비(非)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 감소 등에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줄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경상수지는 97억8천만달러(약 13조8천5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4월 외국인 배당 증가 등으로 1년 만에 적자(-2억9천만달러)를 낸 뒤 5월(89억2천만달러)·6월(125억6천만달러)·7월(89억7천만달러)·8월(65억2천만달러)·9월(109억4천만달러)에 이어 6개월 연속 흑자다.
흑자액은 작년 10월(74억4천만달러)보다 많지만, 9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해마다 10월끼리만 비교하면 역대 3위 기록이다.
1∼10월 누적 경상수지는 742억4천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241억8천만달러)보다 500억6천만달러나 늘었다.
10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81억2천만달러)가 작년 4월 이후 19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9월(104억9천만달러)과 비교해 23억7천만달러 줄었다.
수출(600억8천만달러)이 1년 전보다 4.0% 늘었다. 지난해 10월 1년 2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반등한 뒤 열세 달째 증가세가 이어졌다.
품목 중에서는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39.8%)·철강제품(6.8%)·승용차(5.2%)·정보통신기기(5.2%)가 늘었고, 지역별로는 중국(10.8%)·동남아(7.7%)·EU(5.7%)·미국(3.4%) 등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석유제품(-34.5%)·기계류 및 정밀기기(-4.2%) 등은 뒷걸음쳤다.
수입(519억6천만달러)은 0.7% 줄었다. 원유(-17.9%)·석유제품(-13.3%)·석탄(-9.5%)·화학공업제품(-6.7%) 등 원자재 수입이 4.7% 감소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반대로 반도체 제조장비(48.6%)·반도체(18.2%)·정밀기기(3.3%) 등 자본재 수입은 7.5% 늘고, 귀금속·보석류(72.9%)와 직접 소비재(15.1%)를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8.8%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17억3천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전월(-22억4천만달러)보다는 작지만, 작년 동월(-12억8천만달러)과 비교하면 오히려 커졌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여행수지는 4억8천만달러 적자였다. 중국 국경절 연휴 등의 영향으로 여행 수입이 늘어 적자가 9월(-9억4천만달러)보다 줄었다. 운송수지는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 등에 9월 4억달러 흑자에서 10월 2억3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34억5천만달러로 9월(30억9천만달러)보다 늘었다. 배당소득 수지(24억9천만달러)가 전월(25억8천만달러)과 비슷한 규모로 흑자를 유지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0월 중 129억8천만달러 불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억8천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22억5천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29억1천만달러 늘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채권 위주로 12억달러 증가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900억달러) 달성 가능성에 대해 "10월까지 누적 흑자가 742억달러인데, 11월 통관 기준 수출입 수치 등으로 미뤄 연간 전망치에 부합하는 흑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내년 전망치(800억달러)의 경우,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더라도 수입 역시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정부' 영향과 관련해서는 "관세, 감세, 이민 정책 등이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글로벌 무역 갈등과 교역 위축 관련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면서도 "실제로 어떤 정책 어떤 속도, 강도로 실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계엄 사태의 파장에는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기본적으로 대외 여건, 수출 경기, 대외 정책 변화 등에 영향을 받는 게 큰 흐름"이라며 "지금까지는 이번 정치 이벤트가 이런 큰 흐름을 바꿀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hk99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