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니, 우리한테 왜 그러는 거야.
얄궂은 인연이다. 의도치 않게 '킬러'를 재고용하게 됐다. 나란히 상위권 후보로 지목되는 전력이니, 미묘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KT 위즈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뛴 외국인 투수 헤이수스를 영입했다. 헤이수스는 올해 키움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 13승에 퀄리티스타트 20회를 기록하며 리그 특급 좌완으로 거듭났다. 소속팀이 전력이 떨어지는 최하위 키움이었던 걸 감안하면, 키움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다른 팀이었으면 15승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투구 내용이었다.
키움은 헤이수스를 붙잡지 않았다. 보류권도 포기했다. 구단 운영 방향이 있어, 헤이수스와 동행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자신들 욕심에 선수 앞길을 막을 수도 없었다.
헤이수스가 시장에 나오자, 영입전이 벌어졌다. 승자는 KT. 우승 가능한 전력이라는 점, 좌완인 자신을 너무나 간절히 원한다는 점, 고국 베네수엘라 출신 쿠에바스가 있다는 점 등이 헤이수스를 끌어당겼다. KT도 옵션 없는 100만달러 전액 보장으로 쐐기타를 날렸다.
재밌는 건, 이런 KT의 선택에 LG 트윈스가 웃을 수 없다는 점이다. KT는 헤이수스를 영입하기 전 벤자민과의 이별을 선택했다. 벤자민의 닉네임은 'LG 킬러'. 2023 시즌 LG를 상대로 5경기 4승 평균자책점 0.84를 찍었기 때문. 김현수, 오지환,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박해민, 신민재 등 좌타자가 많은 LG에 벤자민은 '극악의 상성'이었다. 올해도 지난해보다는 못했지만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KT는 알게 모르게 LG를 만날 때면 벤자민을 준비시켰다. LG는 긴장했다.
한 선수를 만나 4승, 5승을 헌납한다라. 우승에 도전하는 팀들에게는 엄청난 악재다. 특히 라이벌끼리면 더 그렇다. 두 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만났고, 올해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대결했다. 객관적 전력상 내년에도 우승권 라이벌로 꼽힐 팀들이다.
그러니 LG 입장에서는 벤자민이 떠난다고 할 때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새로 오는 선수가 헤이수스라니.
헤이수스는 올해 키움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LG 킬러'로 급부상했다.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0.00. 19이닝 동안 단 1점을 줬는데, 자책점이 아니었다. 볼넷은 3개 뿐이었고 삼진은 무려 20개나 잡았다. 경기당 7개 가까운 수치. 피안타율은 1할6푼9리였다. 물론 1할6푼7리로 더 고전한 롯데 자이언츠가 있기는 했다. 헤이수스는 올시즌 좌타자 상대 홈런을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우타자들에게는 22개를 허용했다.
헤이수스가 등장하며 벤자민의 이탈이 LG에는 득될 게 없는 상황이 됐다. 과연 헤이수스는 KT 유니폼을 입고도 LG를 '압도'할 수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