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시즌 전 불안감을 말끔하게 날려보냈다. 2강 구도를 넘어 무적함대로 군림할 기세다.
'배구황제'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1일 광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3대0 완승, 이번 도드람 2024~2025시즌 V리그에서 개막 이래 11연승을 달리고 있다. 말 그대로 무패 행진이다.
11번의 경기중 풀세트 접전은 단 1번(정관장 전) 뿐이었다. 이날 경기는 5번째 셧아웃 승리였다. 2위 현대건설을 상대로도 2전 전승을 거뒀다. 이쯤 되면 조심스럽게 '독주'라고 불러도 될 상황.
지난 시즌 대비 주전 라인업에 건재한 선수는 김연경과 김수지 뿐이다. 김연경의 아웃사이드히터 파트너는 정윤주, 외국인 선수는 투트쿠, 아시아쿼터는 피치, 세터는 이고은, 리베로는 신연경으로 각각 바뀌었다.
컵대회 당시 우려를 샀던 투트쿠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모양새. 공격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피치와 함께 블로킹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들의 아쉬운 공격력은 신예 정윤주로 메운다. 정윤주는 강렬한 탄력과 파워를 앞세워 경기당 평균 9.9득점을 올리며 팀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어려운 볼을 과감하게 때리는 패기도 돋보인다.
여기에 베테랑 신연경이 후방을 책임지면서 팀 전체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리시브 효율 53.85%에 디그 17개를 더하며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경기 후 만난 신연경은 "3일 쉬고 경기라 휴식이 좀 부족했다.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돌아봤다.
1라운드 때는 외국인 선수도 없었던 페퍼저축은행에게 뜻밖의 일격을 맞을 뻔했다. 이날도 마르셀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쉽지 않은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1~2세트에는 20점 이후에도 페퍼저축은행의 맹렬한 추격전에 고전했던 게 사실이다. 신연경도 "매경기 고비가 있지만, 오늘도 정말 힘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IBK기업은행 시절엔 황민경-표승주와 리시브 라인을 구성했다. 흥국생명에선 김연경-정윤주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연경의 무게감이 돋보이지만, 반대로 정윤주는 아직 경험과 안정감이 부족한 선수다. 신연경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팀을 옮기면서 주장 완장은 내려놓았다. 올해 흥국생명 주장은 김수지다. 김연경도 있어 자신이 팀을 이끌어야하는 부담감은 덜어냈다.
신연경은 기업은행 주장 시절에 대해 "팀이 계속 하위권이다 보니 부담이 많이 컸다. 경기에 질 때마다 '나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여기선 배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수지 언니가 많이 힘들겠지만, 반대로 나는 조금 편해진 부분이 있다. 흥국은 선수들 간에 대화가 정말 많은 팀"이라며 웃었다.
김연경의 V리그 복귀 이후 지난 3시즌. 흥국생명은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우승에는 실패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의 양상이 기구하다. 2020~2021시즌에는 시즌 도중 주요 전력이 이탈한 끝에 GS칼텍스에게 셧아웃으로 무너졌다. 2022~2023시즌엔 역사상 처음으로 2승 후 3연패, 도로공사의 리버스 스윕 기적에 휘말렸다. 지난 시즌에는 현대건설과 3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펼치고도 모두 패배, 또다시 셧아웃으로 무너지는 굴욕을 맛봤다.
올해 36세, 김연경의 나이를 감안하면 마음이 급한 팀이다. 이제 리그 베테랑급인 신연경(30)의 속내도 다르지 않다.
"우리 팀은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실패한 경험들이 있다. 그 아쉬운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체적인 팀 전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면서 우승에 다가서는 느낌이다."
흥국생명의 팀 최다연승(13연승) V리그 최다 연승(현대건설 16연승)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신연경은 "연승의 부담감은 있지만, 눈앞의 한경기 한경기에 집중해서 이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