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내게 주어지는 포지션을 내게 맞는 옷으로 만들겠다."
어느덧 프로 19년차. '경쟁'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황재균(37·KT 위즈)에겐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KT가 4년 최대 40억원에 FA계약한 허경민이 내년부터 그의 자리를 대신할 전망.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해 KT와 계약한 이후 줄곧 3루를 지켜왔던 황재균에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KT는 허경민과의 계약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사실상 풀타임 주전인 허경민이 지킬 3루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설지, 아니면 벤치 멤버가 될 지는 황재균의 선택에 달렸다.
1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주최 리얼글러브 어워즈에서 3루수상을 받은 황재균은 "3루수로 이 자리에 서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내년에는 다른 포지션 수상자로 이 자리에 서겠다"라고 새로운 주전 경쟁 출사표를 던졌다.
황재균은 "나보다 좋은 3루수인 허경민이 우리 팀에 왔다. 나는 다른 포지션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 글러브도 여러 개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1루를 비롯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포지션에서 준비하겠다. 스프링캠프에서 감독님, 코치님과 대화도 하겠다"며 "내게 주어진 포지션을 내게 맞는 옷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야 재편이 불가피한 KT다.
허경민이 맡을 3루와 안방마님 장성우가 버틴 포수 자리를 뺀 나머지 내야는 모두 물음표다. 유격수 심우준이 한화로 FA이적했고, '큰형님' 박경수가 은퇴한 2루도 비었다. 1루엔 오재일 문상철이 있으나 두 선수 모두 풀타임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유격수 자리엔 김상수, 2루엔 오윤석이 대안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황재균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는 1루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1루에서도 경쟁을 이겨내야 주전 타이틀을 달 수 있는 상황.
황재균은 "올 시즌 내 성적(타율 2할6푼, 13홈런, 58타점)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런 느낌은 오랜만에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린 선수들과 경쟁할 준비가 됐다. 지지 않을 자신도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시즌은 황재균의 프로 데뷔 20년차이자 KT의 FA계약 마지막 해. 황혼으로 향하는 선수 생활 앞에 맞닥뜨린 경쟁이란 숙명을 그가 어떻게 극복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