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헤이수스 영입전 승자는 KT였다.
KT 위즈가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8) 영입을 확정지었다. KT는 2025 시즌 쿠에바스-헤이수스 '좌-우 원투펀치'로 우승에 도전한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헤이수스는 KT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 세부적 합의는 모두 마쳤고, 메디컬 테스트만 끝내면 이제는 키움이 아닌 KT 선수가 된다.
헤이수스가 어느 팀 유니폼을 입느냐, 모두의 관심사였다. 헤이수스는 올해 키움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했다. 좌완으로 강력한 직구와 투심패스트볼이 일품이며,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체인지업을 장착해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기 쉬운 스타일이 아니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된 ABS 시스템에 '맞춤형' 투수였다. 투구폼이 거칠고, 정통 오버핸드가 아닌 스리쿼터 유형의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이 존 구석구석을 찔러들어왔다. 제구가 안좋은 듯 하면서도, 그렇다고 공이 들쭉날쭉한 게 아닌 존 근처에 제구가 형성되니 타자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3월26일 NC 다이노스와의 데뷔전 3⅓이닝 5실점(4자책점)하며 볼넷 3개에 사구 2개를 내줄 때만 해도 고질이라던 제구 불안으로 실패하는 것 아니냐 했었는데, 본인은 "데뷔전이라 너무 긴장했다"며 달라질 것임을 자신했다. 그러더니 진짜 최고의 피칭을 했다. 전반기에만 10승을 해버렸다. 후반기 체력이 조금 떨어진 점, 스타일이 상대에 간파된 점, 그리고 최하위 키움의 부족한 전력에 승운이 따르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3승밖에 추가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헤이수스는 올해 총 20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같은 팀 후라도(23회)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선발 투수로서, 퀄리티스타트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하지만 키움과 동행은 한 시즌만에 마감됐다. 키움은 허약한 타력을 보강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 3명 중 2명을 타자로 가기로 했다. 여기에 헤이수스와 후라도의 몸값이 치솟자, 70만달러를 투자해 로젠버그라는 새 투수를 데려왔다.
키움은 일찌감치 헤이수스 보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지난달 25일 보류 선수 신청 명단에서 헤이수스 이름을 뺐다. 하지만 그 전에는 다른 팀들이 헤이수스에 접근할 수 없었다. 30일 오후 1시 KBO가 2025 보류 선수 명단을 공시한 후,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됐다. 외국인 투수 구성을 마치지 않은 몇몇 팀들이 재빠르게 헤이수스와 접촉했고, 결국 영입전 승자는 KT가 됐다. 키움과의 재계약이 아닌, 새로운 팀과의 계약이기에 헤이수스는 1년 총액 100만달러 상한을 지켜야 했다. 결국 승부를 던질 수 있는 건 100만달러 '풀베팅' 속에 계약금 비중을 늘리고, 옵션을 줄이는 것 뿐이었다. KT가 공격적 투자를 해 헤이수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올해까지 좌완 '모범 외국인' 벤자민과 함께 했다. 하지만 벤자민이 올시즌 후반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이며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재계약한 쿠에바스보다 더 강력한 1선발을 데려오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그런 가운데 헤이수스가 시장에 나왔고, 그렇게 압도적인 투수도 좋지만 이미 리그 적응을 마친 검증된 자원을 데려오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됐다. 좌완 선발이 부족해, 꼭 좌완으로 데려오겠다는 목표에서도 헤이수스는 합격이었다. 벤자민의 올해 몸값이 140만달러였으니, 100만달러의 헤이수스는 효율적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런 헤이수스가 KT와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단 KT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 승수 쌓기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헤이수스도 KBO리그 2년차이기에 본인만의 노하우가 더 생겼을 게 당연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