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2024년이 다 담긴 결승전이었다.
포항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서 연장 사투 끝에 울산 HD를 3대1로 꺾고 왕좌를 차지했다. 연장 후반 완델손이 나가는 공을 포기하지 않고 살려내 득점 찬스로 연결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강현제의 극장골까지 나왔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서포터들의 응원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지나고나서 보면 팀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우승까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감격했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4-3-3 시스템으로 나왔다. 주민규가 공격을 이끌고 좌우에 루빅손과 이청용이 포진했다. 김민혁 고승범 보야니치가 중원에 섰다. 백4는 이명재 김영권 임종은 윤일록으로 구성했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다.
포항은 3-4-3으로 맞섰다. 조르지를 중심으로 홍윤상 정재희가 날개를 펼쳤다. 오베르단과 한찬희가 중심을 잡고 완델손 이태석이 측면을 공략했다. 전민광 아스프로 신광훈이 백3로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윤평국이 꼈다.
포항은 울산의 노회한 플레이에 전반 내내 고전했다.
박태하 감독은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울산은 좋은 선수를 보유했고, 항상 경계해야 하는 무서운 팀이다. 모두가 경계 대상"이라고 견제했다. 이어 "언론에서도 평가가 나왔듯이 울산의 노쇠화와 기동력이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잘 파고들어 보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김판곤 감독은 "박 감독님이 말씀하신 '노쇠화'는 잘못된 접근 같다"며 웃었다. 그는 "노쇠화라기보다는 '노련미'가 더 뛰어나서 걱정하지 않는다. 잘 대비하겠다"고 맞섰다.
전반전은 김판곤 감독 말이 맞았다.
울산 선수들은 영리하고 교묘한 반칙으로 포항의 흐름을 뚝뚝 끊어냈다. 포항이 공격 전환 기회를 잡았을 때 울산 선수들이 미리 파울로 차단했다.
포항은 의욕적으로 움직였지만 전방에서 세밀한 플레이와 판단이 아쉬웠다. 결국 울산 주민규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패배의 기운이 짙게 드리웠다.
포항도 이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박태하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김종우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전반전에 중원 싸움에서 완전히 밀렸기 때문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됐다. 포항 정재희가 중거리포로 경기 균형을 맞췄다. 시간이 흐를수록 울산이 체력 저하를 노출하며 움직임이 느려졌다. 포항 조르지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다만 포항은 여전히 마무리가 아쉬웠다. 울산 문전까지 여러 차례 접근하면서도 제대로 된 슈팅 기회를 창출해내기 어려웠다. 그나마 잡은 찬스에서는 슈팅이 부정확했다.
추가시간 8분까지 다 쓰고도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연장 후반 8분 베테랑 완델손의 투지가 빛을 발했다. 완델손은 개인 돌파 후 침투패스를 찔렀다. 이 공이 라인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했는데 완델손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완델손은 몸싸움 끝에 공을 가까스로 살려냈다. 다시 기회를 잡은 포항은 재빨리 크로스를 연결했다. 자유롭게 있던 김인성이 번쩍 뛰어올라 깨끗한 헤더 골을 작렬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강현제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승리 후 완델손은 "어려운 경기였다. 쉽지 않은 팀이다. 선수들 너무 잘해줬다. 다음 경기가 있지만 이 순간 즐기고 분위기 만끽하고 싶다"고 기뻐했다.
상암=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