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윤정환 강원 감독이 경력 최초로 K리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된 건 윤 감독 본인과 한국 축구에 모두 큰 의미를 지닌다.
윤 감독은 29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대상 시상식에서 감독 7표, 주장 7표, 미디어 89표를 받아 환산점수 65.69점으로 2위 김판곤 울산 감독(17.33점), 3위 정정용 김천 감독(16.98점)을 따돌리고 올해의 감독으로 우뚝 섰다.
이로써 윤 감독은 2017년 세레소오사카 소속으로 '윤정환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인 최초로 J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뒤 7년만에 한국 무대도 제패하면서 한국과 일본 최상위 리그에서 모두 감독상을 차지한 최초의 역사를 썼다. 리그 환경과 문화, 스타일이 다른 두 개 리그에서 모두 성과를 낸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현재까지 한국 지도자가 일본에서 성과를 낸 케이스는 사실상 윤 감독뿐이다.
윤 감독은 "일본에선 팀 성적이 지금보다 훨씬 좋았고 컵대회 우승까지 해서 받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이번에는 K리그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감독상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리 팀이 잘 나가도 우승팀이 있고, 다른 지도자분들이 있어서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주신 것에 감사하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상을 받는 건 좋은 것 같다. 최초의 감독이 된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역시절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천재 미드필더로 명성을 떨친 윤 감독은 2011년, 한국인 최초로 팀(사간 도스)을 J2리그에서 J리그로 승격시키며 지도자로 두각을 드러냈다. 2017년 세레소에 리그 3위와 리그컵, 일왕배 더블 우승을 안겼다. 2015~2016년 2년간 울산을 맡아 뼈저린 실패를 맛본 이후에 일군 성과였다. 이후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 제프 유나이티드(일본)를 거쳐 지난해 6월 강원 지휘봉을 잡아 첫 해 팀의 극적인 잔류를 이끌었고, 올해 화끈한 공격축구로의 성공적 변신, 포지션 파괴 등 톡톡 튀는 지략으로 강원 역대 최고 성적인 리그 준우승을 이끄는 '강원 동화'를 작성했다.
윤 감독은 "큰 상을 주셔서 영광이다. 작년에 이 팀을 맡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때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잔류를 하면서 생각했던게 내년에는 강원만의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정경호 수석코치와 그림을 그리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다양한 전술적인 부분을 할 수 있게끔 잘했다. 우리 선수들이 동계부터 잘 따라와주고, 간절한 마음으로 싸웠기에 더 강한 팀이 됐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어 "양민혁이라는 스타가 나온 것도 나에겐 큰 보람인 것 같다. 이 자리를 끝으로 민혁이가 떠나는데 마음이 먹먹해진다. 1년 동안 어린 나이에도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내년에 (황)문기가 군대 가는데, 좋은 나이에 군대 가는게 안타깝다. 물이 오를때인데, 뒤로 하고 군대 가는게 아쉽다"며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은 것은 그만큼 우리 팀이 잘했고, 잘 준비하고,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강원 동화'를 이끈 윤 감독이지만, 다음시즌에 동행할지는 미지수다. 윤 감독은 내달 강원과 계약이 끝난다. 이달 내로 강원 구단이 발동할 수 있는 2년 연장 옵션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건 협상은 필수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윤 감독은 지난해 일본 시절에 받던 연봉을 낮춰 강원에 부임했다. 올해 성과를 낸 만큼 연봉 인상을 요구했는데, 강원 수뇌부는 윤 감독 조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김병지 강원 대표이사가 다른 감독을 염두에 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대로면 강원 구단에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안기고, 강원 소속으로 최초의 감독상을 수상한 윤 감독은 올 겨울 강원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감독은 시상식 후 재계약 관련 질문에 "강원에서 준우승하는 건 모두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원 축구가 올해는 가장 핫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거기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은 건 어느 지도자든 똑같을 것"이라며 "김병지 대표께서 결단하실 부분이다. 그렇다고 시도민구단이 어려울 수 있지만, 여러 가지로 감독 입장에선 그런 평가를 받아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다. 거기에 대해서 협의 중이다. 결정 나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고 말하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