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도전자'는 잃을 게 없다. 2024시즌 K리그2에서 2위의 값진 성과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충남아산FC는 그래서 더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나왔다.
상대적으로 K리그1 잔류가 목표인 대구FC는 수세적으로 나섰다. '선수비 후역습'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창단 첫 승격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겠다는 자세로 나온 충남아산의 맹공을 버텨낼 수 없었다. 여기서 결국 승패의 분기점이 발생했다. 그래도 대구는 뒤늦게 투혼을 펼치며 점수 차이를 줄였다.
김현석 감독이 이끄는 충남아산FC가 변화무쌍한 패턴 플레이와 과감한 공격을 앞세워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했다. 28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는 끝에 대구FC를 4대3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충남아산FC는 창단 최초 K리그1 승격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12월 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리는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골차 이상으로 지지만 않으면 다음 시즌 K리그1 무대에 나선다.
반면 대구는 일단 불리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1골 차이로 져서 2차전 역전을 바라볼 수는 있게 됐다. 1차전에서 1골차로 졌기 때문에 2차전에서 무조건 2골차 이상 승리를 만들어야 한다. 1골차로 이기면, 동률이 돼 연장전에서 승패를 가리고, 여기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에 들어간다.
▶베스트 총동원, 충남아산vs대구 선발 라인업
양팀 사령탑은 모두 1차전에 사활을 걸었다. 박창현 대구FC 감독은 전가의 보도와 같은 '세드가(세징야+에드가)' 선발 카드를 꺼냈다. 박 감독은 "1차전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세징야와 에드가가 어쨌든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는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 중앙에 에드가를 박았다. 좌우에 세징야와 고재현이 배치됐다. 중원은 홍철-요시노-황재원-장성원이 채웠다. 스리백은 고명석-카이오-김진혁이다. 골문은 오승훈 키퍼가 맡았다. 유사시에 파이브백으로 전환해 일단 수비를 두텁게 하고 역습을 치고 나가는 전략. 박 감독은 "변화보다 우리가 잘 하는 걸 하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는 충남아산은 4-1-4-1 라인업을 가동했다. 다채로운 패턴 플레이를 중요시하는 김현석 감독이 선호하는 라인업이다. 최전방에 박대훈 원톱. 그 뒤로 강민규와 주닝요가 좌우 윙을 펼쳤고, 김승호와 박세직이 중앙에 배치됐다.
3선에 황기욱. 포백은 김주성-이은범-최희원-강준혁이다. 골문은 신송훈 키퍼가 맡았다. 충남아산 라인업에서 중요 키워드는 '인버티드 풀백'이다. 김주성과 강준혁이 자유자재로 위치를 바꾸거나 전방으로 치고 올라가는 변화를 담당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공격 패턴이 창조되는 방식. 김 감독은 "이런 플레이를 하는 팀이 K리그1에 거의 없다. 상대가 분석을 했겠지만, 부딪히면 좀 헷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화무쌍했던 충남아산의 공격전개, 혼동에 빠진 대구
김 감독의 예상은 정확했다. 전반 초반에 대구의 공세가 잠시 날카로웠지만, 10분 이후부터 충남아산이 다채로운 선수들의 위치변화와 사이드 공략을 통해 대구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4분만에 대구에 좋은 찬스가 왔다. 고재현이 후방에서 넘어온 긴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우측에서 중앙의 에드가에게 크로스했다. 에드가는 발 앞까지 배달된 공을 제대로 콘트롤하지 못해 슈팅 타이밍을 놓쳤다. 5분 뒤 세징야가 첫 번째 슛을 날렸다. 중앙에서 패스 이어 받아 페널티 에이리어 밖에서 그대로 슛. 낮게 깔린 공은 충남아산 신송훈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 두 장면 이후 주도권이 충남아산으로 넘어왔다. 충남아산의 인버티드 풀백 플랜이 위력을 발휘했다. 전반 11분에 박대훈의 첫 골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왼쪽 풀백 김주성이 중앙으로 이동해 직접 드리블을 치고 올라왔다. 이어 상대 진영 중앙에서 오른쪽 전방으로 침투하는 박대훈에게 날카롭게 패스했다. 김주성의 전진 플레이에 대구 선수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김주성이 편하게 찔러준 공을 받은 박대훈이 페널티지역 우측에서 선제골을 터트렸다.
3분 뒤 추가골이 터졌다. 이번에는 충남아산의 장기인 세트피스 골이었다. 전반 14분 왼쪽 코너킥. 김승호가 올린 공을 강민규가 골문 앞에서 헤더. 뒤쪽의 주닝요에게 이어졌다. 주닝요 앞에 아무도 없었다.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대구 벤치가 분주해졌다. 만회골을 위해 '세드가 듀오'가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송훈 키퍼의 신들린 선방쇼가 이어졌다. 신송훈은 전반 28분 세징야의 강슛을 막아낸 데 이어 전반 34분 에드가의 헤더까지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쳐냈다. 이어 후반 40분에는 에드가의 발리슛마저 막아냈다. 최소 2골은 신송훈이 막았다.
신송훈의 활약에 고무된 충남아산은 1골을 더 넣었다. 전반 44분 강민규가 골라인 끝까지 쫓아가 살린 공이 박스 안에 홀로 선 박대훈에게 이어졌다. 수비가 없었다. 박대훈은 침착하게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0-3으로 뒤진 대구는 후반 추가시간 1분 고재현의 헤더골로 간신히 1골을 만회했다.
▶끝까지 포기안한 대구, 3골차를 1골차로 줄이며 희망 유지
2골차로 앞선 충남아산은 후반에도 공세를 이어갔다. 김현석 감독은 후반 15분 강민규와 김주성을 빼고 데니손과 안용우를 넣었다. 대구도 홍철을 빼고 정치인을 투입했다. 전력을 재정비해 붙었다.
교체 효과는 충남아산이 먼저 만들었다. 데니손이 투입 7분만에 골을 넣었다. 후반 23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이어받은 공을 그대로 낮게 깔아 슛. 공은 골문 구석을 파고 들며 팀의 4번째 골로 이어졌다. 충남아산이 3골차 리드를 만들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충남아산쪽으로 넘어간 상황. 그러나 대구 역시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태웠다. 계속 공세를 퍼부어 후반 45분에 결국 1골을 만회했다. 충남아산 골 지역에서 혼전 상황. 세징야의 슛이 이은범에게 맞고 들어갔다. 세징야의 골로 인정됐다.
대구는 마지막까지 K리그1의 자존심을 보여줬다. 후반 추가시간 4분에 드디어 세징야의 골이 터졌다.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날린 슛이 골망을 흔들며 1골 차를 만들었다. 핸드볼을 VAR로 체크했지만, 결국 골이 인정됐다. 2차전에서 더욱 치열한 승부를 예고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