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배구시즌이 아직 2라운드도 끝나지 않았는데, '홈구장'이 시즌아웃됐다.
의정부 체육관이 올겨울 '사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홈팀 KB손해보험은 졸지에 떠돌이 신세가 됐다.
남자배구 KB손해보험은 27일 오전 의정부시로부터 "안전 문제로 이번시즌 의정부 체육관을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홈에서 1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말 그대로 '날벼락'이다.
갑작스럽게 셋방살이를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급하게 대체구장을 수배한 결과 12월 1일 OK저축은행전은 대한항공의 홈인 인천 계양체육관을 빌려 치른다.
여전히 홈에서 12경기가 남아있는 시점. KB손해보험 측은 홈팬들을 배려해 최대한 의정부 및 경기 북부지역에서 경기를 치르고자 백방으로 뛰고 있다. 다음 홈경기는 12월 14일 현대캐피탈전이다.
위치나 시설 면에서 가장 유력한 대안은 경민대학교 체육관. 경기 자체를 치르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관중석이 턱없이 부족하다. 입장 관객수가 최대 1000명을 밑돌 전망. 4000석이 넘는 의정부체육관의 4분의1 수준이다. 프로구단인 KB손해보험 입장에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좁은 관중석이 꽉 차면 팬들은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의정부체육관은 지난해 3월 3년 주기로 이뤄지는 안전진단에서 '지붕에 문제가 있다. 정밀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정밀안전점검을 받았고, 내진성능평가가 추가되며 약 8개월 가량 진행된 끝에 지난 22일 결과가 나왔다. 지붕 일부 구조재가 이미 처지기 시작했고, '추가적인 하중이 발생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설상가상 하루 전인 27일 폭설이 쏟아졌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지붕이 무너지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사용중지 결정을 내렸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했다. 다시 말해 E등급, '즉시 폐쇄'가 필요한 시설이 됐다.
의정부시 안전 관계자는 "체육관 지붕의 보수보강이 필요한데, 옛날 방식이라 구조가 복잡하다. 눈이 안오는 계절이 되면 재차 점검을 받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시즌 사용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구 시즌은 일찌감치 공표된다. KB손해보험 구단은 의정부체육관을 일일 대관이 아닌 시즌내내 '통대관'해 사용한다.
사전에 대처할 여지는 없었을까. 의정부 측은 "원래대로라면 시즌 전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지만, 내진성능 평가가 추가되며 기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이 이전 연고지이던 경북 구미를 떠나 의정부에 자리잡은 건 2017년, 올해로 8년째다.
의정부 체육관은 1996년 준공됐다. 28년된 시설이긴 하지만, 단순히 낡은 탓을 하긴 어렵다. 2번의 리모델링을 거친 장충체육관(1955년 개장, 2015년 재개장)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V리그에는 대전 충무체육관(1970년) 광주 페퍼스타디움(1987년) 등 의정부체육관보다 연식이 오래된 곳들이 있다.
하지만 시즌 중 '붕괴 위험'으로 지자체가 사용 중지 결정을 내린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정부시와 KB손해보험 측은 일단 잔여시즌 대체구장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 뒤 손해배상 등 차후 문제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프로팀의 활성화는 지역주민 여가생활 선용에 분명 도움이 된다. 홈팬들이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KB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