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공단의 역량 더 강하게, 바로 세우겠다."
자칭 '부산 촌놈' 하형주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62)은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위한 비전에서는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답게 '한판승'의 결단을 내비쳤다.
최근 제14대 체육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1984년 LA올림픽 유도 레전드' 하 이사장은 2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취임 인터뷰를 갖고 앞으로 3년간 구상 등을 설명했다.
"부산 촌놈이라 아직 잘 모른다"고 웃음을 먼저 선사한 하 이사장은 "체육 공공기관의 수장이 되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 지난 1년간 상임감사로 지켜보니 공단의 역할과 예산, 업무 중요성 등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 하게 컸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일하겠다"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하 이사장은 특유의 거침없는 말솜씨를 곁들여 공단의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공단 직원들의 역량은 좋은데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업무 수준에 길들여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우리 기금운용팀이 일을 잘해서 2000억원의 수익을 내도 공단이 독립적으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보람도 느끼지 못하는 구조도 불합리하다."
이에 대해 하 이사장은 "방향성,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공단의 설립 취지와 목적, 숭고한 서울올림픽 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면서 "틀을 만들어 놓고 기초를 튼튼하게 다져서 정치권의 흔들림에 휩싸이지 않는 정확한 방향성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그저 국민체육진흥기금을 관리하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자체 역량으로 수익사업도 하고, 정부나 정치권에 끌려다니기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공단의 역량·독립성 강화를 위해 일 열심히 하는 직원에게 상도 주고, 인사적 이익도 부여하는 등 투명한 인사 원칙의 틀을 만들겠다는 재임 기간 포부도 전했다.
"나의 장점은 한 가지밖에 모른다는 것"이라며 집중력과 뚝심을 강조한 하 이사장은 역점 추진사업 중 하나로 학교체육 활성화와 체육중·고교 회생을 꼽았다. 그는 "학교체육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단순 신체활동이 아니다. 스포츠를 통해 정의와 배려심 배우고, 땀 흘리고 고통을 이겨내면서 자존감이 생기는 것이다"면서 "기피 대상이 된 학교체육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쏟겠다. 스포츠를 통해 대전환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 16개 시·도의 체육중·고교를 되살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16개 시·도 체육학교의 획기적인 시설 개선으로 학부모도 보내고 싶은 지역의 거점 인재 양성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당 50억원(총 800억원)을 지원하면 충분할 것이다. 각 지역 체육대학에 대해서도 총 1000억원 정도 재정을 투입해 지역 거점 체육대로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교육부와 협력을 통해 체육진흥기금 50%+교육부 예산 50%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2000억원의 재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게 하 이사장의 설명이다.
내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공영화에 대해서도 하 이사장은 "체육진흥투표권 공영화는 체육 재정 안정성, 건전화를 위해서라도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공공기관의 우리 직원들은 투명성과 청렴으로 교육된 인재들이다.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게 중요한 임무다. 'X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게 아니라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인식으로 공영화를 운영해야 한다"면서 "한국 스포츠의 젖줄이 되는 기금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데 역점을 두고 현재 2조2500억원의 기금 재정을 3년 뒤 2조5000억원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생활체육 참가자의 전국민 대비 비율도 62.5%에서 70%대로 늘리겠다"고 했다.
하 이사장은 최근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에서 노출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와 이리 됐노(왜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날 때도 많았다"면서 "원칙이 깨지고 정상화가 되지 못해 그렇다. 이제는 전문가가 대한체육회장이 되는 시대가 됐다. 선수들의 인식은 21세기인데, 중앙·지역 체육단체의 방식은 구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언젠가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 이사장은 "대한체육회장은 체육을 온몸으로 했던 분, 체육의 가치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분이 됐으면 좋겠다. 세계적으로 공헌한 젊은 후배들도 많지 않은가. 그런 후배들이 전문가로서 한국 체육을 이끌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겠다"며 체육계 대선배이자 '어른'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여러 차례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 하 이사장은 자신의 큰 그림을 표할 때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원칙 있는 서울올림픽 정신으로,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데 헌신하겠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