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청룡~" 11월, 변치 않는 청룡 시즌이 찾아왔다. 다사다난했던 청룡의 해, 우리를 울고 웃긴 한국 영화가 의미 있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영화 축제 청룡영화상으로 집결했다.
제45회 청룡영화상이 29일 서울 KBS홀에서 성대한 축제의 막을 연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지난 2023년 10월 12일부터 2024년 10월 10일까지 국내 개봉 및 공개(OTT)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총 18개의 부문을 시상한다. 한해 관객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던 20편의 한국 영화, 그리고 10명의 감독, 30명의 배우가 청룡영화상 최고의 영예를 두고 불꽃 튀는 경합을 펼치게 됐다.
▶ K-오컬트 판 새로 연 '파묘' vs 1300만 들끓게 한 '서울의 봄'
올해 청룡영화상의 관전포인트는 1000만 축포를 터트린 장재현 감독의 '파묘'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 각축이다. 먼저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았다. 한국 토속신앙에서 빠질 수 없는 음양오행, 풍수지리를 근간으로 한 익숙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접근 방식으로 1191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파묘'는 불모지였던 K-오컬트 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으며 제대로 기강을 잡았다. '파묘'는 올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부터 감독상(장재현), 남우주연상(최민식), 여우주연상(김고은), 남우조연상(유해진), 신인남우상(이도현) 등 무려 12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최다 노미네이트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파묘'의 아성을 흔드는 또 다른 명작 '서울의 봄'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봄'은 지난해 11월 22일 개봉해 1312만명을 동원하며 그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웰메이드 시대극이다.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실화 소재의 영화 '서울의 봄'.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정원을 탈취하려는 신군부 세력과 이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 했던 이의 대립을 극적으로 묘사한 스토리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심박수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서울의 봄'은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김성수), 남우주연상(정우성·황정민), 남우조연상(박해준) 등 9개 부문에 자리 잡으며 화제작으로 다시 한번 입지를 다졌다.
▶ 다양성 가득 아트버스터, 호평받은 퀴어 영화
초호화 블록버스터도 좋지만 올해 충무로는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운 아트버스터도 상당했다. 이민자의 삶과 자국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인연에 대한 메시지를 아름다운 영상과 감각적인 연출로 그려내 'K-정(情)'을 전 세계에 알린 '패스트 라이브즈'부터 행복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20대의 초상을 다룬 '한국이 싫어서', 다양한 세대와 젠더 및 계급을 아우르는 우리 시대의 가족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장손',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너와 나' 등 관객에게 작지만 큰 울림을 선사하며 파동을 일으킨 아트버스터들이 활약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올해 충무로는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퀴어 영화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도 관객의 큰 호평을 얻어 눈길을 끌었다. '딸에 대하여'는 동성 연인과 함께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 딸과 이러한 불편한 동거를 조금씩 극복해 가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뤘다.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 과감히 돌덩이를 던진 스토리로 큰 울림을 자아냈다. '대도시의 사랑법' 또한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여자와 태생적 비밀을 숨기는 법에 통달한 남자가 동고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작품이다.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내세우는 마이너리티 영화 특유의 주제 의식이 잘 구현된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 청룡의 새 얼굴, 새 시대 열 MC 한지민, 이제훈
1993년 청룡영화상 MC를 시작으로 1998년(심혜진 사회)을 제외, 지난해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까지 무려 30번째 진행을 마지막으로 청룡과 아름다운 이별을 선언한 '청룡의 여신' 김혜수. 그의 뒤를 이어 청룡의 새 시대를 열 주인공은 바로 한지민과 이제훈이다. 청룡의 새 얼굴이 된 한지민과 이제훈은 29일 개최되는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으로 MC 데뷔에 나선다.
앞서 한지민은 영화 '미쓰백'을 통해 2018년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데뷔 이후 15년 만의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안은 한지민은 그렇게 청룡영화상과 깊은 인연을 맺어 올해 새로운 '청룡의 여신'으로 영광의 필모그래피를 새겨넣게 됐다. 물론 이제훈도 청룡영화상이 일찌감치 점찍은 '스타'였다. 이제훈은 2011년 개봉한 영화 '파수꾼'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청룡영화상을 통해 '충무로 블루칩'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정변 한 이제훈은 이제 '청룡의 남신'으로 마지막 퍼즐을 완성, 한지민과 함께 최상의 케미로 청룡을 이끌 예정이다.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