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년 쉴 때도 루틴은 그대로 했다. 요즘 아파트 시설도 좋다."
어느덧 불혹에 접어들었지만 점점 더 잘한다. 최근 3년간 평균 80이닝을 넘겼는데, 생애 첫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SSG 랜더스 노경은(40)이 그 주인공이다. 시즌 종료 후 FA를 선언했고, 2+1년 최대 25억원(보장 16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행복수치 만렙을 찍었다.
77경기 83⅔이닝, 8승5패 38홀드 평균자책점 2.90. 도무지 40세 투수라곤 믿어지지 않는 성적이다.
홀드왕은 2003년 프로에 입문한 노경은이 22년만에 따낸 첫 타이틀이다. KBO 시상식 무대에 선 노경은은 객석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잠시 울컥했다. 그는 "22년만에 아버지께 인사를 드린다. 뒷바라지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다.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운동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감동적인 소감으로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노경은에게 몸관리 비법을 물으면 "내 루틴을 철저하게 지킬 뿐"이란 답이 돌아온다. 그 루틴은 얼마나 확고한 걸까.
"자신만의 하루치 운동, 그 스케줄을 무조건 해야된다. '오늘만 제끼고 내일 하자'하는 순간 끝장이다. 낙오되면 안된다. 20분을 뛰는게 루틴이다? 뛰다보면 힘들지 않나. 그래도 걸으면 안된다. 20분 꽉 채울 때까지 뛰어야한다. 야구하는 내내 평생 그렇게 해왔다. 그래서 운동도 중독이라고 하나보다."
노경은처럼 굴곡 많은 선수 인생을 살아온 선수도 드물다. 2003년 프로에 입문했고, 2012~2013년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2012년에는 2번의 완봉승을 기록하는가 하면, 니퍼트에 이어 평균자책점 2위(2.53)까지 찍었다.
하지만 2014년 다패왕(15패)을 할만큼 무너졌다. 이해 평균자책점이 무려 9.03이었다.
심지어 프로 공백기도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FA를 선언했다가 '미아'가 되면서 2019년 한 해를 통째로 쉬었다. 방출의 아픔까지 겪었다.
한때 변화구 투수, 심지어 너클볼 투수로의 변신을 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고 다시 직구 구위를 되찾았다. 올해도 최고 149㎞를 던질 만큼 '쌩쌩'하다.
"2014년에 너무 후회했다.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 몸의 근력이 떨어지고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몇년간 고생했다. 롯데 시절 1년간 쉬면서 변화구 대신 다시 구위를 끌어올리는 선택을 했다. 롯데 마지막해(2021년) 2군에서 '회춘' 소리를 듣고 있는데 방출 통보를 받았다. 기사 나오자마자 5분 만에 SSG에서 연락이 왔고, 지금까지 이렇게 뛰고 있다."
그 쉬는 1년 동안에도 매일매일 독하게 자신만의 루틴을 지킨 노경은이다. FA가 되면서 구단 시설을 쓰기 힘든 날도, 시상식 같은 행사가 있는 날도 절대 쉬지 않는다.
'오버트레이닝은 하지 않는다'는 철칙도 있다. 그는 "야구선수가 단거리 좀더 빨리 뛰겠다고 무리하다가 종아리 터져서 두달 쉬면 안되니까"라며 웃었다. 공들인 관리의 결과 수많은 영건들을 제치고 팀내에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근력의 소유자다. 시즌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최고 149㎞ 직구를 던질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컨디션을 관리한다. 노경은은 "몸은 거짓말 안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현역 최고참' 소릴 듣는 날이 올지는 의문이다. 김강민 추신수가 올해를 끝으로 은퇴했지만,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42), 그리고 KIA 타이거즈 최형우(41)가 건재하다.
"(최)형우 형이 만날 때마다 '야 넌 최고령 못해. 나 은퇴 안할 거거든? 포기해라' 그런다. 나도 지지 않을 거다. 3년 전에 다들 '노경은은 이미 끝났다'고 했다. 재작년에도 더이상 안된다고들 했다. 그런 말들이 내겐 힘이 되는 모양이다. 소심한 복수라고 해도 좋다. 난 내년에도 프로 무대에서 던질 거니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