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프리미어12' 우승이 그렇게 강렬했던걸까. 일본에서 버림받았던 투수가 다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만 야구 대표팀의 '프리미어12' 우승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대만이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일본을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국제 대회 27연승, 최근 열린 도쿄올림픽, WBC, APBC 등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제외한 굵직한 국제 대회를 모두 전승으로 순항하던 일본 야구 대표팀은 허망하게 우승을 놓쳤다.
대만 야구의 저력에 일본도 놀란 눈치다. 일본야구와 대만야구는 교류의 역사가 깊다. 일본의 식민 지배 시기 이후 영향을 받아 야구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현재도 리그간 교류가 많다. 외국인 선수들 뿐만 아니라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팀을 찾지 못한 일본 선수가 대만에 진출하기도 하고, 대만의 유망주들이 NPB에 진출한다. 최근 대만리그를 평정한 신흥 에이스 구린뤼양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니혼햄 파이터스와 3년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에이스' 린위민의 뒤를 이어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장이는 다시 한번 일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만 출신인 장이는 일본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와 NPB 드래프트에 도전했다. 대만에는 아마추어 학생 선수들 가운데 이런 케이스들이 많다. 대만 국가대표 출신 양다이강의 사촌 동생이기도 한 장이는 NPB 드래프트 대상이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로 분류되지 않는다.
2016년 오릭스 버팔로스의 육성선수로 시작한 그는 2022시즌까지 오릭스에서 뛰었고, 2023시즌 세이부 라이온즈로 이적했다가 1년만에 부상으로 방출됐다.
이후 고국인 대만에 복귀해 올 시즌은 푸방 가디언즈에서 뛰고 있었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5년전인 2019 '프리미어12'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다. 당시 장이는 슈퍼라운드 한국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의 주요 타자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어깨 부상으로 인해 사실상 커리어가 끝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장이는 이번 '프리미어12'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불펜으로 5경기에 나와 8이닝 무실점으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때문에 일본 구단들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대만 'ET투데이'는 "장이의 에이전트가 지난 26일 일본 구단들로부터 계약 상황과 NPB 복귀 가능성에 대해 문의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선수 쿼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구단들도 부담 없이 다시 영입을 할 수 있다. 관건은 장이의 이적 허용 여부다. 대만리그 규정상 최소 3시즌은 뛰어야 하는 요건이 있는데, 장이가 이 규정에 해당되는 선수인지 아니면 다시 해외 진출이 가능한지는 규정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다시 일본 구단들의 오퍼를 받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장이에게는 '프리미어12'가 엄청난 기회의 무대였던 것이 확인된 셈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