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홈에서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마주하자 자신을 해하는 충격적인 행동을 펼치고 말았다.
맨시티는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페예노르트와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5차전에서 3대3으로 비기고 말았다. 5연패를 달리고 있던 맨시티는 무승의 수렁에서 벗어나는데 실패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커리어 역사상 처음으로 5연패를 당하면서 맨시티는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승리도 매우 가까웠다. 전반 44분 엘링 홀란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잘 마무리하면서 맨시티는 승기를 잡았다.
후반 5분 일카이 귄도안의 추가골과 후반 8분 홀란의 연속골이 터질 때까지만 해도, 맨시티의 승리를 의심하는 시선은 없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홀란의 두 번째 골이 터지는 순간, 만세하면서 승리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런데 후반 30분부터 맨시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맨시티는 후방에서 안정감을 잃어버리면서 하지 무사에게 만회골을 허용했다. 우리가 아는 강력한 맨시티라면 허용하지 않을 실점이었다. 요수코 그바르디올이 백패스를 시도했는데 방향이 너무 애매했다.
센터백인 마누엘 아칸지는 그바르디올의 백패스를 가로채기 위해서 하지 무사가 다가오는데 멀뚱멀뚱 쳐다봤다. 에데르송이 뒤늦게 뛰쳐 나와서 무사를 막으려고 해봤지만 무사는 사각에서 절묘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바르디올의 어이없는 백패스, 아칸지의 무책임한 수비 판단, 에데르송의 뒤늦은 전진 수비까지 최악의 3박자가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결과였다.과르디올라 감독도 이 실점을 지켜본 뒤 벤치에서 역정을 냈다. 이 모습이 고스란히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그래도 아직은 3대1이라 여전히 맨시티가 유리했다.
맨시티가 유리했지만 1골을 터트린 페예노르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결국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후반 37분 페예노르트의 크로스가 맨시티 문전으로 올라왔다. 맨시티 수비진이 뒤로 침투하는 조르단 로톰바를 완전히 놓쳤다. 로톰바가 중앙으로 연결해준 공이 에데르송과 골대 사이로 절묘하게 빠지고 말았고, 뒤에 있던 산티아고 히메네즈가 가볍게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경기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맨시티한테 운이 따르지 않은 장면이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수비 집중력은 문제였다. 로톰바를 놓친 1차적인 문제와 함께 골대 앞에서 히메네즈를 아무도 수비하지 않은 2차적인 문제가 겹쳤다.
끝내 맨시티는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39분 이고르 파이샹에게 롱패스가 연결됐다. 맨시티 수비진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파이샹에게 향한 패스를 막기 위해 에데르송이 뛰쳐 나왔지만 파이샹이 빨랐다. 골문이 완전히 비어버렸고, 파이샹의 크로스를 받은 다비드 한츠코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페예노르트 선수들과 원정팬들은 광란에 빠졌고, 황인범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는 페예노르트 팬들의 함성 소리만이 가득했다. 경기 종료 후 맨시티 팬들이 야유를 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세계 최고의 감독과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맨시티가 야유를 받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완벽주의자인 과르디올라 감독은 홈에서 페예노르트에 3골차로 앞서가다가 무승부를 거둔 현실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벤치에 자해까지 저질러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경기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머리 두피부터 이마까지가 빨개졌다. 손으로 짓누른 자국이 매우 선명했다. 콧잔등에는 손톱으로 긁어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얼마나 자해를 심하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얼굴의 모습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이런 모습은 누구도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내 손톱으로 했다"며 자해 사실을 굉장히 평온하게 인정했다.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극심한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