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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난 말한 적도 없는데…" 박수받았던 2등의 품격→확 달라진 시선. '2연속 수비상'에도 웃지 못한 남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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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가지말까? 하는 생각도 있다."

2년 연속 유격수 수비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해 '2등의 품격'을 보여줬던 주인공. 하지만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KBO 시상식을 마친 KIA 타이거즈 박찬호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V12'와 2년 연속 수비상은 뿌듯한 성과지만 부담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지난해에는 LG 트윈스 오지환과 공동수상이었지만 올해는 단독 수상이다. SSG 랜더스 박성한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박찬호는 "다른 팀 관계자들께도 인정 받았다는 의미니까 뜻깊다. 올시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믿고 기용해 주신 감독님, 코치진께 감사드린다. 또 어떤 일에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날 건강하게 낳아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또 아내와 예쁜 딸들, 덕분에 아빠가 힘을 내서 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박찬호는 무려 1120⅓이닝을 소화했다. 올해 내야수 중 최다 이닝이다. 수비와 체력 면에서 부담이 가장 크다는 유격수 포지션에서 해낸 성과다. 타격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했다. 타율 3할7리 5홈런 61타점 2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9의 기록은 커리어하이다.

박찬호 개인 뿐 아니라 소속팀 KIA가 7년만의 우승, V12를 달성해 더욱 뜻 깊은 시즌이었다. 행사가 끝난 뒤 만난 박찬호는 "수비상 내심 기대했다. '됐다'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투표 점수가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어 "wRC+(조정 득점 생산력) 같은 지표까지 신경쓰면서 야구할 순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지표들은 많이 끌어올린 한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박찬호와 박성한이 다투는 유격수는 올해 골든글러브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두 선수 공히 생애 첫 골든글러브 도전이다.

중요한 시상식을 앞두고 의미 있는 1승을 먼저 따낸 셈.

하지만 정작 박찬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석 여부를 고민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박찬호는 총 120표를 획득, 오지환(154표)에게 34표 밀렸다. 당시 박찬호는 "2등의 품격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왔다. 34표가 지금 오지환 선배와 나의 차이다. 그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멋진 답변으로 찬사를 받았다.

수상 가능성이 낮았던 걸 본인이 모를 리가 없다. 박찬호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갔다. 박수받는 2등이 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오지환을)축하해 주고 오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번에는 반대다. '우승 유격수'의 입지를 본인이 가지고 있다. 박찬호는 "올해는 상을 받아도 박수를 받지 못할 것 같다. 작년과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며 한숨을 쉬었다.

"분명히 해두고 싶다. 난 '받으면 좋지만, 시즌 끝나고 생각하겠다'고 항상 이야기해왔다. 내가 따로 '꼭 받고 싶습니다' 이런 말을 한적이 없다. 이런 오해가 쌓여 나와 내 가족들에게 상처가 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