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왔다. 우민호 감독이 4년 만에 영화 '하얼빈'으로 돌아와 배우들과 함께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하얼빈'은 27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보고회를 열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이동욱, 우민호 감독이 참석했다.
오는 12월 25일 개봉하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으로,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하얼빈'은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상영을 통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올 겨울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우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을 끝내고, 너무 힘들어서 다신 시대극 촬영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며 "그 이후 우연찮게 안중근 의사의 서적과 하이브미디어코프 시나리오를 보게 됐는데, 제 마음이 움직이더라. 지금까지 연출했던 작품들 중 가장 힘들거라고 직감했고,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시작했다"고 밝혔다.
배우들도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들을 1909년 속으로 이끌 예정이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을 연기한 현빈은 "감독님한테 작품 제안받고 첫 미팅했을 당시가 생생히 떠오른다"며 "작품에 대한 감독님의 열정이 뿜어져 나와서, '이 분과 함께 의미 있는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이런 뜻깊은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 현장에서 감독님의 진심이 담긴 에너지가 더 세졌고, 저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어 촬영 과정을 떠올린 그는 "몽골 공항에서 차로 16시간 동안 이동해서 호수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영하 40도였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기 보다는 덩그러니 누웠을 때 그 상황에 몰입이 돼서 좋았다. '참 잘 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 감독은 현빈을 안중근 역할에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당연히 배우의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며 "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영화는 정말 촬영이 힘들 거라는 걸 예상했기 때문에, 그 힘듦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가진 배우가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빈이 곧 안중근이란 생각이 들었고, 힘들어도 버티고 이겨낼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박정민은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 우직한 독립군 우덕순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 촬영할 때도 눈이 많이 왔는데, 오늘도 눈이 많이 와서 운명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건 예민하고 섬세하게 표현을 해야 해서 어렵다"며 "남아 있는 자료들이 많지 않다 보니, 감독님과 말씀을 많이 나누면서 준비를 했다. 또 조도선 선생님과의 재판이 기록돼 있는 절판된 책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참고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우진은 우덕순과 함께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을 던진 김상현을 연기했다. 우민호 감독과 영화 '내부자들'에 이어 '하얼빈'으로 재회한 그는 "감독님의 페르소나라는 수식어가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연기를 하면서 정말 가끔 검토 단계를 건너뛰고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작품이 그랬다. 대본을 보기 전에 먼저 하겠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전화로 '하얼빈'이란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 김상현이란 어려운 역할이 있는데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을 때, 바로 '네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근데 대본을 보고 나서는 '아이고야 큰일났다' 싶었다. 너무나 어려운 역할이더라"며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주셔서, 연기할 때 큰 보람을 찾게 됐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전여빈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는 기품과 강단을 지닌 독립군 공부인으로 분했다. 5개월간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그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촬영을 했고, 편안한 도로가 아니어서 모두가 힘든 시간과 환경을 겪었다. 그럼에도 사막 가운데서 느낄 수 있었던 희한한 감정이 있었다. 바다 지평선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땅 위에서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꼈고, 존재로서 뭔가 성찰하고 고찰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여빈은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우리가 첫 촬영지가 서울이었다면, 이렇게 끈끈한 동지애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싶더라. 이런 공간을 다니면서 당시 만주 벌판을 달렸던 독립군들의 마음을 떠올리게 됐다. 그들이 한 고생에 비하면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독립군의 행적을 쫓으며 이들과 강렬하게 대비되는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은 박훈이 연기했다. 독립군들의 자금과 거처를 지원하는 최재형 역은 유재명이, 안중근과 갈등을 겪는 독립군 이창섭 역은 이동욱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독립군 영화로 탄생된 '하얼빈'만의 차별점도 언급했다. 우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던 '영웅'의 안중근 이미지를 넘어 그들이 느꼈을 두려움, 동지애에 중점을 둬서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다. 광활한 땅과 대자연 속에서 장군의 마음을 숭고하게 담아내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극장에 와서 그걸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