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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초 2000년대생 MVP' 한국 야구 미래까지 생각하는 슈퍼스타의 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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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가장 큰 시상식이니까' 눈에 확 띄는 흰색 스리피트 수트를 빌려 입고 참석할 줄 아는 센스. KBO리그가 새로운 슈퍼스타의 대관식을 목격했다.

26일 서울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시상식의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었다. 득점과 장타율 부문 리그 1위로 개인 타이틀을 수상한 김도영은 MVP 투표 결과 101표 중 95표 득표율 94.06%를 기록하며 압도적 지지로 MVP를 받았다. 경쟁자들도 쟁쟁했다. 최다 안타 신기록을 쓴 빅터 레이예스(3표)나 리그 최고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1표), 투수 부문 타이틀 수상자 카일 하트(1표)와 원태인(1표)까지. 하지만 표심은 김도영을 향했다.

KIA의 1차지명 입단 당시부터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도영은 지난 두 시즌 동안 큰 부상이 반복되며 만개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프로 3년차인 올해 활짝 피었다. 시즌 초반부터 기량을 완전히 터뜨리기 시작하더니 부상 없이 완주하면서 최연소 30홈런-30도루, 역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홈런왕도, 타격왕도, 타점왕도 아니지만 더 화려한 개인 타이틀이 없어도 MVP를 수상하기에 충분했다. 김도영 효과를 톡톡히 누린 소속팀 KIA는 7년만에 정규 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냈고 그 중심에 그가 있었다.

역대 최초 2000년대생 MVP의 탄생이자 프로야구 슈퍼스타의 탄생이다. 앞선 5년간 KBO리그 MVP는 외국인 선수들의 잔치였다. 이정후만이 유일한 국내 선수였다. 2019년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 2020년 KT 로하스, 2021년 두산 아리엘 미란다, 2023년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까지. 2022년 MVP인 이정후를 제외하면 전부 외국인 선수들이었다. 그만큼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임팩트를 남긴 활약은 국내 선수가 아닌, 외국인 선수의 차지였다. 그 갈증을 이정후가 풀었고,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에는 김도영이 등장했다.

김도영의 가장 큰 장점은 스타성이다. 고교 시절부터 제 2의 이종범이 될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고, 입단 초기 시련도 겪었지만 마침내 딛고 일어나 괴물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런 성장 서사가 있는데다 소속팀의 지역 연고 출신이라 더욱 큰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 KIA를 대표하는 선수일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마음가짐도 돋보였다.

김도영은 MVP 수상 후 소감에서 "올해 야구를 괜찮게 하면서, 저같은 선수들이 한국 야구를 이끌어가야 하고 발전시켜야한다는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많이 봤다. 그런 이야기에 보답을 하려고 야구장에서도 좀 더 오버하고, 야구장 밖에서도 조금 더 이슈가 되는 행동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앞으로 나이를 먹으면서도 한국야구를 발전시킬 수 있게 이끌어나가고 싶다. 항상 겸손하게 야구하겠다"는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다.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어린 선수지만, 왕관의 무게를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겠다는 의미있는 메시지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