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스페인 등과 월드컵 공동개최 앞두고 건설 붐
[※ 편집자 주 =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합뉴스는 모로코관광청 주관으로 일부 국내언론과 함께 모로코를 공동 취재했습니다.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는 탕헤르부터 카사블랑카와 라바트까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대서양 연안의 세 도시를 최근(10월 26일∼11월 3일) 다녀와 두 꼭지의 현장르포 기사를 송고합니다.]
(탕헤르=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유럽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둔 모로코 탕헤르는 근래 방문했던 그 어느 곳보다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었다.
스페인, 포르투갈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2030년 FIFA 월드컵을 앞두고 대규모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었고, 프랑스와 관계 개선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모로코 정부는 최근 2030년 월드컵에 대비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월드컵 개최에 따라 주요 개최 도시들의 인프라를 대폭 개선하고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모로코 정부는 최근 수도 라바트를 비롯해 카사블랑카와 아가디르, 마라케시, 페즈, 탕헤르 등 6개 도시를 대상으로 고품격 인프라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통신과 행정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으로 경제 활성화와 관광 촉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심에 서 있는 곳이 탕헤르다.
탕헤르는 폭 14㎞의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탕헤르는 고대 페니키아 시대부터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관문 역할을 해 온 도시다.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갈 때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할 때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영화 '본 얼티메이텀'을 본 사람이라면 탕헤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러나 오래된 도시들보다 더 박진감 있는 현장은 마천루가 높이 올라가는 건설 현장이었다.
"우르르 쿵 쿵"
유럽의 관문 탕헤르는 건설 붐이 한창이었다.
높다란 크레인은 연신 건설자재를 고층 빌딩 위로 날랐다.
지중해를 접한 오래된 도시인 줄로만 알았는데 탕헤르의 건설 붐은 의외였다.
이런 활기찬 현장을 지켜보다 보니 14㎞에 불과한 해협에 해저터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저 연결을 통해 스페인과 모로코를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는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양국 간에 최초의 협정이 체결됐지만 기술적 문제 등으로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일본 아오모리와 홋카이도를 잇는 해저 터널의 길이는 23㎞다.
영국 도버와 프랑스 칼레 사이의 해협에도 해저 터널이 있다. 이 해협을 영국에서는 도버 해협이라 하고, 프랑스에서는 칼레 해협이라고 부른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1994년 도버해협을 가로지르는 유로터널(50.45㎞)을 완공했다. 이 가운데 해저 구간은 37.9㎞다.
언젠가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해저 터널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스페인 언론은 정부가 해저 터널의 타당성 조사 관련된 예산을 책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2030 월드컵에 맞춰 해저 터널이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로마 시대 마우레타니아 왕조를 세웠던 모로코는 로마와 협력하며 카르타고를 무찌르는 데 앞장섰다.
이후 스페인을 점령하며 이슬람 세력의 유럽 진출에 적극 앞장서기도 하는 등 역사의 주 무대를 비켜난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의 한 VIP 투어 전문가로부터 모로코를 유럽팀에서 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우리가 너무나 북아프리카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로코를 '북아프리카의 한 나라' 정도로만 아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 생각이다.
현지 가이드 모하메드 씨는 "모로코 사람들은 수년 내 해저 터널이 뚫릴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외국인들의 비즈니스 방문도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