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어릴 때 처음 온 야구장이 잠실구장이었어요."
김민석(20)이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곰들의 모임' 행사에 참가해 두산 베어스 선수로서 각오를 전했다.
불과 3일 전만해도 김민석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 선수였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3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김민석은 첫 해 129경기에 나와 타율 2할5푼5리 3홈런 16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 41경기 출전해 타율 2할1푼1리에 그쳤던 그는 시즌 종료 후 일본 미야자키 휴우가에서 진행된 수비 강화 훈련에 참석했다.
지난 22일 두산과 롯데가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그 명단에는 김민석이 포함돼 있었다. 두산은 투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보냈고, 롯데로부터 외야수 김민석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받았다.
훈련 막바지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그는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먼저 한국으로 돌아왔고, 두산 선수로서 팬들에 첫 인사를 했다.
행사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김민석은 "트레이드 소식을 미야자키 훈련 때 들었는데, 오후 훈련 전이라서 조금 안 믿겨졌다.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기사가 나오는 걸 보고 실감이 났다"라며 "캠프 끝나기 이틀 전인가 그랬는데 (추)재현이 형과 로비에 앉아서 멍하게 있었다. 연락이 많이 와서 눈물은 나지 않았는데, 또 막상 형들을 보면 울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이어 "일본 캠프에 와서 친해진 선수도 있고 그래서 아쉬웠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든 팀을 떠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휘문중-휘문고를 졸업한 '서울 사람' 김민석으로서는 '고향팀'으로 돌아오게 된 셈. 김민석은 "어릴 때 처음 온 야구장이 잠실구장이었다"라며 "어제 집에 갔는데 어머니께서 어릴 때 산 정수빈 선배님 유니폼을 보여주셨다. 처음 야구장에 왔을 때 정수빈 선배님으로 마킹을 했다. 그래서 내가 야구를 볼 때 두산을 처음 봤었구나라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쉽게 시즌을 보낸 가운데 팀까지 옮긴 상황. 김민석은 "올해는 심리적, 멘털적으로 흔들렸던 게 많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쫓기는 마음으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 투수와 싸워야 하는데 나 자신과 싸웠던 것 같다"며 "뭔가 의욕이 떨어졌을 때 큰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마지막이었던 미야자키 수비 강화 캠프는 김민석에게 큰 도움이 됐다. 김민석은 "수비 강화 훈련이라고 해서 수비적인 부분이 많을 줄 알았는데 타격적인 부분도 많이 가지고 갔다"며 "외야수를 한 지 얼마 안됐다. 발전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응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석은 이어 "올해 시즌 중후반에는 내 스스로 작아지기도 했는데 교육리그 때 내 본 모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투수와 승부하는데 있어서 압박감도 없고, 쫓기는 것도 없다. 기술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마인드나 멘털적으로 편하고 심플하게 들어가려고 한다. 자신감은 최대치"라고 미소를 지었다.
두산에서의 성장도 기대했다. 그는 "정수빈 선배님께는 수비할 때 공을 보는 길을 비롯해 최대한 빨리 가서 안정적으로 포구할 수 있는 노하우를 듣고 싶다. 이승엽 감독님은 최고의 좌타자이신데 롯데에서도 이 감독님께 많이 물어보고 배우라고 하셨다. 훈련에 들어가면 많은 걸 여쭤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김민석은 "야구 잘하고 스타성 있는 선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