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역대 총액 3억달러 이상에 계약한 14명 가운데 MVP 경력을 앞세운 선수는 5명이다.
연봉전문 사이트 'Cot's Baseball Contracts'의 총액 기준 계약 랭킹 상으로 1위 오타니 쇼헤이(10년 현가 4억6081만4765달러), 2위 마이크 트라웃(12년 4억2650만달러), 3위 무키 베츠(12년 3억6500만달러), 4위 애런 저지(9년 3억6000만달러), 8위 브라이스 하퍼(13년 3억3000만달러)가 해당한다.
공동 9위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경우 마이애미 말린스 시절인 2014년 말 13년 3억2500만달러에 연장 계약을 하고 3년 뒤인 2017년 내셔널리그(NL) MVP를 차지했기 때문에 대형 계약이 MVP 등극에 대한 보상은 아니었다. 반면 오타니와 트라웃은 가 두 번, 베츠와 저지, 하퍼는 각 한 번의 MVP를 차지한 뒤 3억달러 이상의 '메가톤급' 계약을 선사받았다.
14명 중 커리어에서 MVP 경력이 한 번도 없는 선수는 매니 마차도(10년 3억5000만달러), 프란시스코 린도어(10년 3억4100만달러),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달러), 코리 시거(10년 3억2500만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3억2500만달러), 게릿 콜(9년 3억2400만달러), 라파엘 데버스(10년 3억1350만달러), 트레이 터너(11년 3억달러) 등 8명이다.
MVP 수상 경력이 없다고 거액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콜의 경우 양키스와 FA 계약을 하기 전인 2019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2위에 오르는 등 이미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고, 마차도, 린도어, 타니스 주니어, 시거, 데버스, 터너 모두 공수에서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고 20대의 나이에 야구 재벌의 반열에 올랐다. 야마모토도 마찬가지다.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으며 메이저리그를 노크한 그는 다저스 말고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양키스로부터 3억달러 이상을 제안받았다.
그런데 MVP가 돼 본 적이 없는 선수가 무려 6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노려 '비(非) MVP' 출신이 몸값 랭킹 1위에 오르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안 소토는 '21세기의 테드 윌리엄스'라는 칭호를 받는다.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 선구안을 모두 갖춘 완벽한 타자라는 것이다.
때마침 올해 양키스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41홈런, 109타점, 128득점, 129볼넷, 출루율 0.419, 장타율 0.569, OPS 0.989를 마크했다. AL MVP 투표에서 3위에 올랐으니, FA 시즌을 제대로 구가했다고 볼 수 있다.
통산 기록을 보자. 2018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데뷔한 소토는 7시즌 동안 0.285/0.421/0.532의 슬래시 라인을 썼고, 201홈런, 934안타에 769볼넷, 696삼진을 기록했다. 볼넷이 삼진보다 많고, 7년 연속 4할대 출루율을 이어갔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2번 또는 3번 타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출루와 클러치 능력을 모두 지녔다는 뜻이다. 수비와 주루가 평균 이하일지 몰라도 외야수인 그에게 허슬 플레이를 요구하는 사람은 없다.
누적 WAR이 36.4인데, 만 25세 시즌까지 그 정도를 쌓고 FA 시장에 나간 야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38.1) 밖에 없다.
A로드는 24년 전 FA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선수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그는 2000년 시즌을 마치고 10년 2억5200만달러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다. 당시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 계약은 NBA 케빈 가넷의 6년 1억2600만달러였다. A로드가 정확히 2배로 그를 뛰어넘은 것이다. LA 타임스는 '텍사스-사이즈드 딜(Texas-Sized Deal)'이란 제목을 달고 '텍사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와 18개 구단 가치보다 큰 대형 계약을 맺어 야구의 미래에 걱정을 던졌다'고 논평했다.
A로드의 계약을 미국 50개주 가운데 땅덩어리가 가장 넓은 텍사스주에 비유해 메이저리그 계약 질서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A로드는 이후 텍사스와 양키스에서 3차례 MVP를 거머쥐며 당대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다. 다만 이후 그의 커리어가 스테로이드로 얼룩진 건 주지의 사실이다.
소토는 A로드와 유사한 점이 많다. MVP가 돼 본 적 없이 시장에 나왔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최고 선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다. 그러나 소토의 FA 협상 태도는 매우 이례적이다. 자신을 원하는 구단들을 모두 캘리포니아주로 불러들이고 있다. 벌써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메츠,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4개팀 구단주가 협상단을 이끌고 보라스코포레이션을 찾아갔다.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곧 만난다.
이런 분위기라면 메이저리그 윈터미팅(12월 10~13일) 이전에 계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토의 몸값은 이미 6억달러를 넘어섰다. 7억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소토와 보라스는 지급유예가 없는 완전한 '현금'을 추구하고 있다. 총액의 대부분을 10년 뒤 받기로 한 오타니 계약의 실제 가치를 넘었다고 봐야 한다.
FA 제도 도입 이후 몸값 역사에 큰 획을 그은 4명을 꼽으라면 이렇다. 1979 11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4년 450만달러에 계약해 최초로 연평균 100만달러를 넘긴 놀란 라이언, 1998년 12월 다저스와 7년 1억500만달러에 도장을 찍고 최초로 '1억달러의 사나이'가 된 케빈 브라운, 2000년 12월 A로드, 그리고 지난해 12월 오타니다.
소토가 과대포장됐고,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지만 그걸 만든 건 구단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