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팀들이 마무리 훈련을 진행 중인 11월 말, 내년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를 발표했다. KBO리그 구단이 아니라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가 그랬다. 세이부의 니시구치 후미야 감독(52)이 23일 우완투수 이마이 다쓰야(26)를 2025년 3월 28일 열리는 니혼햄 파이터스와 개막전 선발로 예고했다. 4개월 뒤 벌어지는 개막전 선발투수가 나왔다.
니시구치 감독은 이날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 베루나돔(세이부돔)에서 진행된 팬 페스타 행사 중에 마이크를 잡고 깜짝 발표를 했다. 행사에 참석한 관중석의 팬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니시구치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하는 라이온즈를 응원했다. 내년 개막 시리즈는 세이부의 '안방' 베루나돔에서 개최된다.
개막전 선발투수는 상징성이 있다. 보통 팀을 대표하는 최고 선발투수가 나간다. 1선발 투수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그런데 부상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 선수 컨디션을 보고 등판 일정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니시구치 감독은 일찌감치 못을 박았다. 그만큼 이마이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다.
니시구치 감독은 "'좀 이른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지만, 가을캠프 때 결정한 일이라 빨리 전하게 됐다. 3월 28일에 맞춰 준비를 잘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투수 전문가로서 이마이를 인정하고 기대를 담아 책임감을 주문한 것이다.
니시구치 감독은 통산 182승(118패·평균자책점 3.73)을 올린 '레전드'다. 1995년 신인 3지명으로 입단해 2015년까지 세이부 소속으로 21시즌을 던졌다. 다섯 차례 개막전 선발을 맡았던 세이부의 간판 투수였다. 그는 두 차례 다승왕을 했고 1996년부터 7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15승을 거둔 1997년, 최고 선발투수에게 수여하는 사와무라상과 MVP를 받았다.
이마이는 2017년 신인 1지명 입단했다. 지난 2년간 성적을 보면 개막전 선발투수로 자격이 충분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로 나갔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개막전 선발을 맡았던 다카하시 코나가 부상으로 안 좋았다. 마쓰이 가즈오 감독은 "다카하시가 좋았다고 해도 이마이에게 맡기려고 했다"며 신뢰를 보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이마이에게 개막전 선발을 통보를 하고 3월 중순 이 사실을 공개했다.
이마이는 마쓰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라쿠텐 이글스와 개막전에서 7이닝 11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첫 승을 올렸다. 개막전부터 7경기에서 6차례 하이 퀄리티스타트(선발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했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10승8패-평균자책점 2.34. 3년 만에 규정이닝(173⅓이닝)을 넘고 퍼시픽리그 탈삼진 1위(187개)를 했다. 다승 공동 7위, 평균자책점 3위, 투구이닝 4위를 했다.
니시구치 감독은 22일 "(유격수) 겐다를 빼고 주전 야수는 없다"고 했다. 제로 베이스에서 야수진을 재편하겠다고 했다. 팀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니시구치 감독이 언급한 겐다 소스케(31)는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올림픽, 2023년 WBC에 이어 2024년 프리미어12 대표로 출전 중이다. 이번 프리미어12 일본대표팀의 최고 베테랑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세이부는 올 시즌 역대 최저 승률 3할5푼을 찍고, 양 리그 전체 꼴찌를 했다. 지난 5월 마쓰이 감독을 경질되고 와타나베 히사노부 단장을 올렸지만 나락으로 떨어졌다. 팀 타율 2할1푼2리에 그친 타선이 발목을 잡았다.
탈꼴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특별한 보강 없이 새 시즌을 준비한다. 이번 오프 시즌에도 외부 FA 영입은 없다. 거의 매년 주축선수가 FA가 되어 팀을 떠났다. 지난겨울엔 4번 타자 야마카와 호타카(33)가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