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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지명 첫날부터 거센 논란…게이츠, 결국 8일만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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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우파' 대변하는 트럼프 최측근…도덕성 논란에 당내서도 반대
성매수 입금내역·미성년자 성관계 목격 증언에 의혹 '일파만파'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법무장관으로 지명됐다가 21일(현지시간) 자진사퇴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은 지명 발표 직후부터 적격성을 두고 큰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전날까지도 그의 법무장관 지명을 고수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10대와의 성관계 등 묵과하기 어려운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증언들이 잇따르면서 결국 지명 8일 만에 사퇴, 트럼프 2기 행정부 요직 후보자 중 첫 낙마 사례가 됐다.
게이츠 전 의원은 2017년부터 공화당 소속으로 플로리다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며, '프리덤 코커스'로 대표되는 당내 강경 우파 의원 그룹의 리더 역할을 맡아온 대표적인 '친트럼프' 정치인이다.
낙태 및 불법이민 반대, 감세 지지, 총기소지 자유 보장, 흑인 시위 비판 등 정치적 입장에서 강경 우파를 대변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패배 승복을 거부한 2020년 대선과 관련해 '부정선거' 주장을 앞장서서 제기하기도 했고, 지난해 미국 역사상 처음 이뤄진 연방 하원의장(케빈 매카시) 해임 사태를 당내의 다른 초강경파 의원 7명과 함께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정계에 막 진출했을 때부터 트럼프 당선인을 강력하게 지지해왔으며, 작년 초 하원의장 선거에서는 하원의원도 아니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연거푸 표를 주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게이츠 전 의원에 대한 신뢰가 굳건했고, 이는 지난 13일 집권 2기 행정부 법무장관으로의 '파격 발탁' 발표로 이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게이츠 전 의원의 법무장관 지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소형 화염방사기(blowtorch)로 법무부를 강타할 것이며, 맷 게이츠는 그 화염방사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명 직후부터 법 집행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 걸맞은 도덕성과 자격을 갖춘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일었다.
2008년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이력이 있으며, 2017년 17세 소녀를 상대로 성매수를 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었던 사실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게이츠는 성매수 의혹을 강력히 부인해왔고, 법무부는 2023년 해당 의혹과 관련해 그를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수사 종료와 별개로 미 연방 하원 윤리위원회는 지난 2021년부터 10대 소녀 성매수 의혹과 관련해 자체적인 조사를 벌여왔지만, 게이츠 전 의원이 법무장관 지명 직후 하원의원직에서 사퇴하면서 윤리위 조사도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았다.
당초 게이츠 전 의원에 대한 윤리위 조사보고서가 지난 15일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게이츠는 법무장관 지명 발표날인 지난 13일 당일 이례적으로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의 신속한 의원직 사퇴는 자신이 받는 성 비위에 대한 하원 윤리위의 조사를 종결시킴으로서 조사보고서 공개를 막으려는 행보로 해석됐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게이츠가 이미 의원직에서 사퇴했으므로 윤리위가 보고서를 공개해선 안 된다고 지원사격했다.
그러나 게이츠 전 의원이 17세 소녀와 성관계하는 장면의 목격자가 있고 목격한 내용을 연방 하원 윤리위원회에 증언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성년자 성 매수 의혹은 일파만파 커졌다.
지난 여름 하원 윤리위에서 증언한 여성 2명을 대리한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의뢰인 중 1명이 2017년 7월 플로리다의 한 호화주택에서 파티가 열렸을 때 게이츠가 미성년자와 성관계하는 장면을 목격했음을 의회 윤리위에서 증언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 언론들은 윤리위 보고서 내용을 입수해 속속 보도를 내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보도에서 게이츠가 과거 1년 6개월 간 수십차례에 걸쳐 두 명의 여성에게 1만 달러(약 1천400만원) 이상을 송금한 내역이 하원 조사에서 포착됐고, 이들 여성은 송금받은 돈 중 일부가 성관계 대가라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게이츠를 지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인준 절차를 앞두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9일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의 화성탐사선 스타십의 제6차 시험비행 발사를 지켜본 뒤 '게이츠 지명을 재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인사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전날에는 현직 상원의원인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을 워싱턴DC로 급파, 게이츠와 함께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지지를 당부하도록 했다.
하지만, 상원 공화당 내부에서도 그의 법무장관 임명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게이츠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정치권의 실랑이를 오래 끌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사퇴 의사를 전격 발표했다.
CNN은 게이츠의 사퇴 이유와 관련해 그의 인준에 강력히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많으며 윤리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상원 인준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pa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