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이치로 스즈키가 명예의 전당(HOF) 헌액 자격 첫 해를 맞아 '만장일치'로 입성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HOF 역사상 득표율 100%의 지지를 받고 쿠퍼스타운에 들어간 선수는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 뿐이다.
뛰어난 실력과 별다른 구설수 없는 커리어로 시대를 호령한 데릭 지터(99.7%), 켄 그리피 주니어(99.3%), 톰 시버(98.8%), 놀란 라이언(98.8%), 칼 립켄 주니어(98.5%), 토니 그윈(97.6%)도 반대 의견이 있었을 정도로 만장일치는 난공불락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치로의 경우 HOF 입성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다는 게 현지 매체들 분위기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400명 안팎의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기자들 모두가 같은 의견일 수는 없으나, 이치로가 만장일치의 득표를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그는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쳐 2019년 시애틀에서 은퇴할 때까지 19시즌 통산 3089안타, 509도루, 1420득점, OPS 0.757을 기록했다. 아시아 출신 최다 안타 및 최고 타율 기록을 보유 중이다.
특히 2001~2010년까지 10년 연속 3할, 200안타, 골드글러브, 올스타 선발이라는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쌓았고, 데뷔 시즌에는 AL 올해의 신인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통했다. 2004년에는 262안타를 때려 1920년 조지 시즐러의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257개)을 84년 만에 깨트리기도 했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컨택트 히터이자 리드오프, 우익수라는 평가를 받은 이치로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별다른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유니폼을 벗은 뒤에도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야구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한 역사상 가장 뛰어난 루키 시즌을 보낸 선수로도 평가받는다.
MLB.com은 20일(한국시각) '역대 올해의 신인 수상자들 랭킹'이라는 제목의 코너를 마련해 올해 수상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폴 스킨스와 뉴욕 양키스 루이스 힐을 포함해 역대 신인왕 156명의 해당 시즌을 평가해 랭킹을 매겼다.
'2001년 이치로'는 2위에 올랐다. MLB.com은 '그해 이치로의 242안타는 단일시즌 최다 부문 10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치로는 굉장히 기술력을 갖춘 타자, 그 이상이었다. 그해 양리그를 합쳐 가장 많은 56도루를 성공해 스피드를 자랑했고, 대포알 같은 우익수 송구로 골드글러브를 차지, 결국 MVP까지 거머쥐었다. 더구나 당시 새로운 리그로 넘어와 일본 출신 선수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역사상 같은 시즌 올해의 신인과 MVP를 동시에 석권한 선수는 1975년 프레드 린과 2001년 이치로가 둘 뿐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룰 것은 다 이룬 이치로에게 아쉬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그는 월드시리즈 그라운드를 밟은 적조차 없다. 시애틀 시절에는 데뷔 시즌인 2001년 딱 한 번 가을야구 무대를 밟아 ALCS까지 올랐고, 양키스 시절인 2012년에도 ALCS를 경험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19경기에서 타율 0.346(78타수 27안타), 1홈런, 8타점, 10득점, 4도루, OPS 0.836을 마크, 변함없는 공격 실력을 발휘했을 뿐 우승컵은 들어올리지 못했다.
메이저리그가 아닌 이치로의 천하통일 우승 경험은 세 차례다. NPB 오릭스 블루웨이브 시절인 1996년 재팬시리즈 우승,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한 2006년, 2009년 두 번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을 각각 차지했다.
한편, MLB.com 올해의 신인 랭킹 1위는 인종 장벽을 허문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 재키 로빈슨이 차지했다. MLB.com은 '로빈슨의 루키 시즌은 기록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역사상 그 어떤 신인들보다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 했고, 그의 용기는 야구를 영원히 바꿔 각계각층의 수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줬다'고 썼다.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시즌 활약상만 놓고 보면 이 랭킹서 1위는 이치로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