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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짜리는 안돼요?" 51점 맞은 11홈런 타자, 곡소리 나게 훈련하는 이유[가고시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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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고명준은 올 시즌 시작 전부터 감독과 타격코치의 집중 관리 대상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SSG 랜더스는 확실한 주전 1루수가 없는 상황. 가능성을 어느정도 보여준 전의산 그리고 유망주 고명준의 경쟁이 스프링캠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올해만큼은 고명준이 더 앞섰다. 사실상 프로 첫 시즌이나 다름없는 올해 1군에서 106경기를 뛰며 11홈런-45타점을 기록했다. 아직 만족할 성적은 아니지만, 차기 주전 1루수로서의 입지 기반을 다진 시즌이었다.

특히 올해 고명준이 1군에서 자리 잡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이가 바로 강병식 타격코치였다. 고명준은 처음 1군에서 보내는 시즌에서 강병식 타격코치에게 의존을 많이 했다. 강 코치 또한 애정 어린 조언과 잔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히어로즈에서도 숱한 스타 타자들을 키워낸 강병식 코치는 독특한 훈련 방식과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스타일로 알려져있다. 현재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에서도 야구장 한 면을 빈 틈 없이 온전히 활용하는 '타격 지옥 훈련'을 이끌고 있다. 그마저도 대충 하지 않는다. 혹시나 선수들의 부상이 발생할까봐 코스별로 각도까지 맞춰서 라인을 그린다. '덕분에' 고명준을 비롯한 유망주 타자들은 매일 곡소리가 날 정도로 전신을 활용해 다양한 타격 훈련을 한다. 그중에서도 고명준은 강병식 코치의 핵심 케어 선수다.

올해 1군에서 11홈런은 쳤지만, 타격 정확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타율도 2할5푼에 그쳤다. 충분히 중장거리형 타자가 될 수 있음에도 햄스트링 부상 이후에는 스스로 마음이 급해서 갖다 맞히는 타격을 하기에 급급한 모습도 있었다. 강병식 코치는 고명준의 올 시즌을 두고 "51점"이라고 점수를 매겼다. 이유는 "49점은 좀 아쉬운거고, 50점은 평균이라고 생각한다. 51점이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는 뜻인데 그래도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이야기 했다.

올 시즌초 처음 1군에 부딪힌 고명준이 타격 슬럼프를 겪으며 마음 고생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SNS에서 과거 강병식 코치가 히어로즈 어린 선수들 헬멧에 만원짜리를 끼워넣어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모습을 본 고명준이 직접 가서 "저는 왜 안해주시냐"고 따졌다. 고명준의 귀여운 투정에 강 코치는 헬멧에 만원짜리를 끼워넣어주고, 방망이에 웃는 얼굴(^∪^)을 그렸다. 강 코치는 "돈을 보면 다들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선수들은 타석에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기분이 다운된다. 계속 처져있기보다는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긴장될때 헬멧에 꽂힌 돈을 보고 피식 웃으며 기분 전환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코치의 깊은 마음을 선수도 당연히 알고 있다. 스마일이 그려진 배트를 실제 경기에서 사용한 고명준은 여전히 헬멧 안쪽에 자리한 만원짜리 지폐를 보며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혹시 5만원짜리 지폐로 업그레이드를 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고명준은 "이미 한번 여쭤봤다.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5만원짜리로 바꿔주시면 안되냐고 물어봤는데 안된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이에 강병식 코치는 "아니 뭘 더 잘하고 업그레이드를 요청해야지. 홈런 11개 치고 5만원짜리 끼워달라고 하면 해주겠나. 8개 정도는 더 치고, 20홈런 남겨둔 상태에서 부탁하면 내가 기분 좋게 바꿔주겠다"고 응수했다.

집중 관리 대상인 고명준은 이번 캠프에서도 가장 많은 타격 훈련을 하는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올 시즌에는 다쳤던게 너무 아쉽다. 제가 매년 부상이 있었다. 수술한 다리로 인해 햄스트링에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괜찮지만 계속 신경쓰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1루 경쟁을 하던 선배 전의산은 다음달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다. 서로 가까이 지내면서 1루 수비와 타격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다. 전의산이 군대에 가게 됐지만, 고명준은 방심하지 않는다. 고명준은 "1루가 아직 완전히 제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타격은 장타에 대해 많이 신경쓰고 있다.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하체 사용법을 강병식 코치님과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면서 "다음 시즌 첫번째 목표는 안다치는 것이다. 두번째 목표는 가능하면 20홈런. 최대 목표는 30홈런인데 일단 10개는 쳤으니 20홈런을 다음 목표로 삼고, 30홈런을 향해 달려가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