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남동생을 살해한 범인을 뒤쫓아 27년 만에 법정에 세운 중국 여성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지무뉴스, 다완뉴스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일 광둥성 잔장시 법원에서 살인범 이러우화의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머리를 모두 깎고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앉아있는 중년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리하이위(47)로 피해자의 누나였다.
사건은 1992년 12월 후난성에서 리하이위의 아버지와 고용된 이러우화가 임금 문제로 말다툼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갑자기 이러우화가 사라졌는데 동시에 리하이위의 남동생 리환핑(당시 9세)도 실종됐다.
경찰 수색 3개월 만에 인근 사탕수수 밭에서 동생의 시신이 발견됐다. 살인 용의자인 이러우화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이 충격으로 리하이위의 어머니는 병을 얻어 누웠다. 아버지도 그로부터 몇 년 후 집을 나갔다.
결국 리하이위는 어린 동생 4명을 홀로 돌봐야 했고, 점점 아버지를 원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버지는 범인의 행방을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1997년 20세가 된 리하이위도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섰다. 그로부터 23년 동안 추적을 했다.
인신매매를 당할 뻔하는 등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범인을 찾아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러다가 2014년 아버지도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토대로 추적을 이어가던 리하이위는 마침내 2016년 저장성에서 범인으로 보이는 남성을 찾았다.
그런데 이름이 달랐고 동네에서도 평판이 좋아 좀 더 알아봐야 했다.
리하이위는 이후 3년 동안 이러우화와 온라인 채팅과 통화를 하며 유혹을 하거나 달래는 방법 등으로 정보를 캤고 2020년 3월 범인임을 확신했다.
직접 복수를 하려 했던 그녀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몇 달 후 경찰은 이러우화를 28년 전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입증이 어렵다며 그를 풀어주었다. 이후 리하이위는 지속적으로 탄원을 제출했고 경찰이 보강 수사에 나서 2022년 마침내 이러우화는 구속됐다. 그는 결국 혐의를 시인했다.
지난 1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그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형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리하이위는 재판이 완전히 끝나면 동생의 시신이 발견된 곳의 흙을 가져다 고향인 후난성에 묻힌 아버지의 곁에 뿌리겠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