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홍명보호가 약체 팔레스타인에 발목을 잡혔지만 소중한 소득도 챙겼다. 팔레스타인이 우리나라의 취약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A대표팀은 19일(한국시각) 요르단 암만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6차전 팔레스타인전에서 1대1 무승부에 그쳤다.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꽁꽁 묶였다. 황인범이 집중 경제를 당하자 우리나라의 공격루트는 매우 단순해졌다. 그 탓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팔레스타인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4승 2무 승점 14점으로 1위를 유지했다. 4경기를 남긴 가운데 2위 이라크가 승점 11점, 3위 요르단이 승점 9점이다. 2위까지 본선에 직행한다.
남은 월드컵 예선과 추후 본선을 앞두고 다양한 공격전술 개발이 필요하다.
그간 우리나라를 상대하는 팀들은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PSG)을 집중 마크했다. 실력은 당연하고 이름값과 소속팀이 주는 무게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기로 극복하거나 수비수들을 유인하고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어렵지 않게 해법을 찾았다.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황인범이 막히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팔레스타인은 황인범에게 공이 갔을 때 이중 삼중으로 괴롭혔다. 황인범의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황인범이 공을 받는 위치가 점점 내려오면서 공격 전환이 지연됐다. 황인범이 공격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한국은 플랜B가 마련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3차 예선 4연승 기간 동안 황인범의 패스 성공률은 늘 90%를 넘었다. 황인범은 지난 4경기 평균 패스 성공률 92.25%, 공격지역패스 16회, 당한 파울 1회를 기록했다. 특히 직전 쿠웨이트전은 81분 동안 83회만 터치하면서 기회창출 3회, 어시스트 2회, 패스 성공률 92%의 고효율 플레이를 자랑했따. 손흥민이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드필더인 지네딘 지단이 떠오른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황인범은 패스 성공률이 87%로 떨어졌다. 공격지역패스도 12회로 급감했다. 크로스는 5회 올려 모두 실패했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거친 태클까지 당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손흥민과 이강인을 찾았다. 후반 들어 왼쪽에서는 손흥민의 개인 돌파, 오른쪽에서는 이강인의 정확한 왼발에 기대한 롱볼이 반복됐다. 손흥민은 팔레스타인 우측 수비를 계속해서 공략했지만 마지막 슈팅까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크로스가 막히거나 중앙에 쇄도하는 동료 숫자가 부족했다. 손흥민이 직접 찬 슈팅은 공교롭게 팔레스타인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3차 예선에서 마치 작두를 탄 듯이 절묘했던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도 이번에는 안 통했다. 후반 19분 오세훈이 빠지고 주민규가 들어갔다. 제공권이 훌륭했던 오세훈이 나가자 이강인의 크로스도 힘을 잃어갔다. 8분 뒤 이강인과 이재성 대신 오현규 배준호가 투입됐지만 남은 시간이 부족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무승부 자체에 대해 결과적으로 아쉽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원정 2연전에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후반전에 지쳐가는 모습도 있었지만 마지막까리 최선을 다했다. 올해 마지막 A매치인데 승리하지 못해서 팬 여러분께 미안하다. 오늘 경기를 놓고 봤을 때 발전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돌아가게 되면 전체적으로 분석해서 내년에 시작하는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