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정말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 1년 연장 조항을 택했을까.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곧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하는 조항을 발동할 계획이다. 이로서 토트넘과 손흥민은 2015~2016시즌부터 무려 2025~2026시즌까지 한 몸이 된다.
원래 일반적으로 토트넘은 계약이 1년 남은 선수를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선수가 이적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2022년 여름에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매각됐을 때가, 계약 만료까지 1년 남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다음 시즌에도 손흥민과 함께 간다는 입장이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계약은 2025년 6월에 만료되지만 2026년 6월까지 연장되므로 손흥민과 한 시즌 더 계약할 수 있다. 손흥민은 내년에도 토트넘 계획에 남아있다. 따라서 손흥민은 1년 더 토트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며 토트넘이 주장 손흥민과의 11번째 시즌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독일 스카이 스포츠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이적시장 전문가인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 역시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1년 더 남을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거의 결정이 끝났다. 월드 클래스 윙어인 손흥민도 토트넘에 남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영국 스퍼스웹은 18일 "토트넘은 주장인 손흥민과 새로운 장기 계약에 합의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벌기 위해 1년 연장을 활성화하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다. 클럽의 고위층은 자신들의 결정을 손흥민 캠프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측이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다년 계약에 대한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는 다른 시선의 전망을 내놓았다. 손흥민도 토트넘에 잔류를 하고 싶어하기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토트넘의 역사를 돌아보면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선수가 다년 계약을 받은 경우가 근래에는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후로 30대 중반에 토트넘으로부터 다년 계약을 제안받은 선수는 골키퍼인 위고 요리스밖에 없다. 2022년 1월에는 35살이던 위고 요리스가 토트넘으로부터 2023~2024시즌까지 함께하기로 재계약 제안을 받아서 합의한 적이 있다. 다만 요리스는 골키퍼라는 특수 포지션이다.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골키퍼들이 노쇠화가 느리기 때문에 가능했던 재계약이었다.
범위를 넓혀서 30대까지로 봐도 사례가 거의 없는 정도다. 무려 5년 전에 2019년 말 당시 30살이었던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2022~2023시즌까지 토트넘과 재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지만 지금의 손흥민보다 어릴 때라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 만약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동행을 다음 시즌까지로만 생각한다면 손흥민과 비슷한 케이스가 될 수 있는 선수는 얀 베르통언이 적절하다. 2020년 여름, 33살이던 얀 베르통언은 결국 토트넘으로부터 만족스러운 제안을 받지 못한 채 자유계약으로 팀을 떠났다.
손흥민이 2025년 여름에 33살이 되고, 2026년 여름이면 34살이다. 그때 가서 토트넘이 34살인 손흥민에게 다년 계약을 제안할까.
사실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30대 초반 선수가 팀과 새로운 다년 계약을 맺으면서 1년 연장 조항을 넣는다. 시간이 흘러 해당 선수가 30대 중반이 되면서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왔을 때, 구단에서 1년 연장 조항을 발동하는 경우가 많다.재계약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1년 연장 조항을 발동한다는 게 사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정말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미래를 고려했다면 재계약을 제안하고도 남는 기간이 넘쳐났다.
지금까지 토트넘과 손흥민의 재계약 협상을 두고 구단이나 선수의 입장이 나온 건 딱 1번뿐이다. 재계약 유무를 두고 말을 조심하던 손흥민이 지난 9월 구단으로부터 어떠한 말을 듣지 못했다고 직접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했는데, 이미 앞서서 토트넘과 재계약한 선수들이 수두룩이다. 파페 마타르 사르, 데스티니 우도기 등 구단에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선수들에게는 초장기 재계약을 건넸다. 파페 사르는 무려 2030년까지 동행하게 됐고, 우도기 역시 2030년까지 토트넘 선수로 남게 됐다.
심지어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거의 뛰지도 못하고 있는 제드 스펜스도 2028년까지 재계약을 제안을 받았다. 정말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 협상을 할 시간이 없어서 재계약 제안을 안한 게 아닐 것이다.
계약 1년 연장 조항 발동은 결국 간을 보겠다는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의 활약상에 따라서 2026~2027시즌 이후로도 함께 뛸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2015년에 3,000만 유로(약 441억 원)에 데려와 이미 10년 동안 손흥민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토트넘 입장에는 2025~2026시즌이 끝난 후에 손흥민을 자유계약으로 풀어줘도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34살인 손흥민을 자유계약으로 보낼 계획이라면 토트넘에서 매우 뛰어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손흥민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이적료도 얼마 되지 않기에 토트넘도 그렇게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토트넘이 최근 들어서 어린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는 것만 봐도 토트넘은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2025~2026시즌까지 윌손 오도베르, 마이키 무어, 양민혁, 루카스 베리발, 아치 그레이 같은 선수들이 부쩍 성장한다면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이 그리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분명 젊은 팀 색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