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막막했어요. 어디서부터 헤쳐나가야 할지. 답이 안보였어요."
처음 졌을 때는 덤덤했다. 원래 개막전이라는 게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패배가 이어지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개막 4연패까지 닥치자 캄캄한 절망의 터널로 빠져들어간 듯 했다. 용인 삼성생명의 베테랑 에이스 배혜윤(35)은 이 시기를 "어렵고 막막하기만 했다"고 회상했다. '명가'로 불렸던 삼성생명이 시즌 출발부터 몰락하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흔들리긴 했어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4연패의 충격파가 적지 않았지만, 다시 머리를 흔들며 제정신을 붙들었다. 그리고는 거침없는 연승행진으로 분위기를 갈아탔다. 4연패 후 3연승을 거두며 서서히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의 경기에서 63대46으로 승리했다. 승률 5할 고지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반등의 원동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날 17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 배혜윤이 맹활약과 연패 탈출의 비결을 밝혔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바로 '기본'에 다시 충실하는 것이었다.
원래 삼성생명은 약체로 분류됐던 팀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다. 지난 달 21일 열린 WKBL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하상윤 감독이 이끄는 삼성생명은 '감독들이 뽑은 우승후보 1순위'였다. 6팀 감독 중에 4명이 삼성생명을 지목했다.
뿐만 아니다.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우승후보' 투표에서도 역시 1위(25.3%)를 차지했다. 감독과 선수들, 코트에서 함께 경쟁하는 상대들이 삼성생명을 이토록 높이 평가하며 경계심을 높인 이유는 바로 강력한 팀워크 때문이다. 선수단 변화가 적고, 무엇보다 건강을 회복한 배혜윤과 키아나 스미스의 파괴력이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 BNK썸과 함께 '2강'으로 손꼽혔다.
때문에 삼성생명의 개막 4연패는 상당히 충격적인 시즌 초반 돌발상황이었다. 당연히 하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충격도 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팀을 이끄는 리더인 배혜윤은 그 충격이 더 컸다. 배혜윤은 "패배가 계속 이어지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헤쳐나가야 할 지 모르겠더라. 아무리 고민해도 어렵고 막막하기만 했다"고 4연패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런 배혜윤에게 힘을 북돋아준 것은 지인들의 격려와 충고였다. 그런데 이 충고들에는 놀랍게도 공통점이 있었다고 한다. 배혜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너희는 괜찮을 거다' 그리고 '기본부터 다시 해봐라'였다. 그런 말이 위로가 됐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하면서 수비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도 같이 끌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친절한 지인'들의 말이 맞았다. 배혜윤은 "어려울 때일 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됐다. 4연패는 힘들었지만, 이제 다시 따라가면 된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