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9일 팔레스타인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6차전을 끝으로 2024년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다사다난했다. 총 4명의 감독이 A매치 17경기를 지휘했고,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한국 역대 3번째 50호골 달성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카타르아시안컵 우승 실패와 기나긴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에 울었고, 후반기 홍명보호의 선전과 '유럽파 삼대장'(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의 뒤를 이을 특급신예 배준호(스토크시티)의 등장에 웃었다.
한국 축구는 지난 2월만 하더라도 '지하 10층'까지 추락했었다. 카타르아시안컵이 모든 악몽의 시작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충격패하며 64년만에 아시안컵 타이틀을 안기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잦은 외유, 근태 등이 겹쳐 1년만에 조기 경질됐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이 정몽규 축구협회장과의 '농담'에서 시작됐다는 스토리는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설상가상 준결승전을 앞두고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저녁 식사 후 다퉜다는 소위 '탁구 게이트'가 발발하며 한국 축구는 지하 더 깊숙한 곳으로 떨어졌다. 대표팀의 현 권력자와 차기 권력자의 충돌은, 이강인이 직접 손흥민에게 찾아가 사과하기 전까진 각종 소설과 루머를 양산했다. 이럴 때일수록 하루 빨리 대표팀 감독을 뽑아 한국 축구를 안정화해야 하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7월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5개월간 감독을 뽑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였다. 전강위의 연이은 헛발질과 갈팡질팡 행보, 일부 고위층의 실언은 가뜩이나 성난 팬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홈 경기에선 이례적으로 한국 축구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급기야 김민재가 일부 팬과 감정 대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협회가 위기 때마다 꺼낸 카드는 '레전드 출신 지도자'였고, '한국 축구를 살려야 한다'는 대의적 명분으로 등 떠밀리듯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은 연이어 소방수 임무를 완수했다. 지난 3월 황선홍 감독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의 2연전(1대1 무, 3대0 승), 6월엔 김도훈 감독이 싱가포르(7대0 승), 중국전(1대0 승)을 성공리에 이끌며 급한 불을 껐다. 여러 국내외 지도자를 물망에 올리고 10회가 넘는 회의를 거듭한 KFA는 7월에서야 울산의 리그 2연패를 이끈 홍 감독을 최종 선임했다. 홍 감독은 감독대행을 포함해 올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4번째 사령탑이었다. A대표팀에서 한 해에 4명 이상의 감독(대행 포함)이 이끈 건 5명이 맡았던 1995년(아나톨리 비쇼베츠, 박종환, 허정무, 정병탁, 고재욱) 이후 처음이다. 한국 축구는 2004년(움베르투 쿠엘류, 박성화, 조 본프레레)과 2014년(홍명보, 신태용, 울리 슈틸리케)에 각각 3명의 지도자가 대표팀을 이끄는 등 근 10년 단위로 벤치가 흔들렸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4선 도전 이슈까지 맞물려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넉달만에 대표팀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았다. 9월 팔레스타인전에서 0대0으로 비기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홍명보호는 까다로운 이라크, 오만, 이라크, 쿠웨이트 등을 만나 연전 연승을 거두는 쾌조의 흐름으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특히 지난 10월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에 상처를 안긴 요르단을 원정에서 2대0으로 완파한 경기는 선수단에 큰 자신감을, 팬들에겐 큰 행복감을 선물했다. 10년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온 홍 감독은 최근 3번의 소집일에 배준호를 비롯해 '고교 특급' 양민혁(강원), '이을용 아들' 이태석(포항), '유망주 수비수' 이한범(미트윌란), '검증된 K리거' 황문기 이기혁(이상 강원) 김경민(광주) 김봉수(김천) '청대 출신' 엄지성(스완지시티), 권혁규(하이버니언), 이현주(하노버) 등을 대거 최초 발탁하며 "미래 지향적으로 팀을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2024년 2월의 대표팀과 11월의 대표팀은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19일 팔레스타인전에서 1대1로 비기며 5연승을 달성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본 무대인 북중미월드컵 본선에 모든 포커스를 맞춘 한국 축구는 지난 세달을 통해 더 나은 2025년을 기대할만한 추진력을 얻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