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ON 인종차별' 벤탄쿠트, 왜 이렇게 추하나...황당 해명→납득 불가 '역대급 중징계 철퇴'

by

[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손흥민에게 인종차별을 저질렀던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변명은 너무 황당 그 자체였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18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벤탄쿠르의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우리는 벤탄쿠르가 미디어 인터뷰에서 규칙 E3를 위반해 7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 7,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벤탄쿠르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에 잉글랜드축구협회 규칙 E3 세부 조항에 따라서 가중처벌을 받게 됐다. 벤탄쿠르의 징계는 잉글랜드 대회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은 가능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벤탄쿠르에게 내린 징계가 발표된 후 이번 징계가 어떠한 처리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지가 영국 디 애슬래틱을 통해 상세히 보도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지난 9월 벤탄쿠르에게 규칙 E3 위반 혐의에 대한 공식 서류를 보냈다. 당시 벤탄쿠르의 반응은 혐의 부인이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에게 공격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의도로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을 했지만 누가 봐도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벤탄쿠르가 혐의를 부인해도, 잉글랜드축구협회는 기소를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왜 벤탄쿠르가 기소됐는지를 설명했다. 규칙 E3의 1항에는 축구 경기에 참가하는 당사자가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존재한다. 더불어 규칙 E3의 2항에는 '민족, 피부색, 인종, 국적'과 같은 특징을 언급할 경우에 '가중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벤탄쿠르 인종차별 발언과 관련해 독립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은 총 3명이 참여했다. 독립 위원회는 지난 12일 회의를 열었고, 벤탄쿠르가 규칙 E3의 1항을 위반했으며 2항에 따라서 가중 처벌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독립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잉글랜드 대회 7경기 출전 금지와 벌금 10만 파운드, 그리고 대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는 징계를 내렸다. 최종 징계가 확정되기 전에 벤탄쿠르한테도 소명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기회에서 벤탄쿠르가 자신을 변호한 내용이 놀라웠다. 디 애슬래틱에 따르면 벤탄쿠르가 독립 위원회에 제출한 내용 안에는 '완전히 부적절한 일반화 발언을 한 기자를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꾸짖기 위한 의도'였다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벤탄쿠르의 해명은 질문을 던졌던 기자가 손흥민을 '한국인'이라고 지칭했기 때문에 그 기자의 발언을 꾸짖는 의도로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기자가 손흥민을 '한국인'이라고 지칭한 맥락이 참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논란의 장면을 살펴보면 우루과이 기자는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 유니폼을 요청했다. 벤탄쿠르가 이를 듣고, "손흥민 유니폼을 원하는 것인가?"라고 다시 질문하면서 "아니면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은 괜찮은가. 어차피 걔네는 다 똑같이 생겼다"며 웃었다.

벤탄쿠르의 해명을 얼토당토없는 변명이었다. 독립 위원회도 벤탄쿠르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립 위원회의 입장은 '증거에 어긋나는 해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 선수의 사과 내용과 형식 그리고 손흥민의 대응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더불어 벤탄쿠르는 자신의 사생활적인 부분에 대한 보호를 기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사적인 영역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입장을 펼친 것으로 기대된다. 벤탄쿠르의 이러한 태도를 볼 때 정말 진심으로 손흥민에게 사죄했는지 의문스러운 게 사실이다. 손흥민은 "프리시즌을 위해 훈련장으로 돌아왔을 때 벤탄쿠르는 정말로 미안해하며 울 뻔했다. 벤탄쿠르는 공개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사과했다. 사과에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 느껴졌다"며 벤탄쿠르를 용서했지만 보도되고 있는 벤탄쿠르의 해명은 적반하장에 가깝다.

독립 위원회는 벤탄쿠르의 괴상한 해명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규칙 E3의 2항에 따라 벤탄쿠르는 가중 처벌 대상이 됐다. 가중 처벌 대상자는 최소 6경기에서 12경기 징계를 받는다. 벤탄쿠르는 7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다.

독립 위원회는 왜 7경기 징계를 내렸는지에 대해 '가이드라인 범주에서 심각하지 않은 위반이지만 가장 사소한 위반은 아니었다'는 입장이었다. 지금까지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선수를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징계한 사례 중 가장 징계 수위가 강하다. 2019년 맨체스터 시티의 윙어 베르나르두 실바가 SNS에서 동료인 벤자민 멘디와 장난을 쳤다가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해석돼 1경기 출전 징계와 5만 파운드(약 8,800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2020년 12월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에딘손 카바니가 피부색, 인종, 민족과 관련된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해 3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벤탄쿠르의 징계 수위가 앞선 두 선수들보다 매우 높다는 걸로 봐서는 잉글랜드축구협회에서도 이번 논란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본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벤탄쿠르의 발언은 여지없는 인종차별적인 언행이었던 셈이다.

징계가 곧바로 적용되기 때문에 벤탄쿠르는 맨체스터 시티(원정) 경기부터 풀럼(홈), 본머스(원정), 첼시(홈), 사우샘프턴(원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홈), 리버풀(홈) 경기까지 뛸 수 없다. 벤탄쿠르는 다음달 27일에 예정된 노팅엄 포레스트 원정 경기부터 국내 대회를 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