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상호 옵션을 거부하고 FA 시장에 나간 것은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김하성은 상호 옵션 거부 직전 에이전트를 스캇 보라스로 교체하자 현지 언론들은 보라스의 FA 전략에 대해 갖가지 관측을 내놓으며 큰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런데 관측 기사들의 공통점 하나가 있다. 김하성이 올해 샌디에이고에서 4번째 시즌을 건강하게 마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하나같이 '무난하게 5년 이상, 1억달러 이상의 계약'이 무난했을 것으로 보며 안타까워 하는 뉘앙스다.
FA 시장 유격수 최대어는 윌리 아다메스다. 올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161경기에 나가 타율 0.251(610타수 153안타), 32홈런, 112타점, 93득점, 21도루, OPS 0.794를 마크했다. 홈런, 타점, 득점, 안타, 도루 등 거의 모든 부문서 커리어 하이를 나타냈다.
아다메스의 예상 계약 규모에 대해 ESPN은 7년 1억8900만달러, MLBTR은 6년 1억6000만달러, 팬그래프스는 5년 1억4500만달러, 블리처리포트 7년 1억8000만달러, 디 애슬레틱 6년 1억5000만달러를 제시했다. 역대 유격수 FA들 중 최상위 레벨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김하성도 어깨만 다치지 않고 수술만 하지 않았다면 아다메스 못지 않은 시장 가치를 자랑했을 것이다. 김하성이 아다메스에 비해 타격의 파워는 떨어져도 다른 것은 뒤질 것이 없다. 특히 수비와 베이스 러닝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김하성이 예상 밖의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MLB.com은 18일(한국시각)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FA 5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하성을 선발투수 셰인 비버와 워커 뷸러에 이어 세 번째로 언급했다.
기사를 쓴 앤드류 사이먼 기자는 '김하성은 이번 겨울 큰 계약을 받는데 장애가 되는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난 8월 오른쪽 어깨 와순이 파열돼 시즌을 조기마감하고 수술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내년 시즌 개막전이 지난 뒤 복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하성은 지난 10월 11일 LA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집도로 오른쪽 어깨 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에는 최소 6개월 걸려 빨라야 내년 4월 중순 이후 돌아올 수 있다. 복귀한다고 해도 공수에 걸쳐 이전의 기량을 회복하겠느냐도 미지수. 이 때문에 대박 계약이 힘들다는 얘기다.
이어 사이먼 기자는 '두 번째는 전통적으로 대박을 안겨주는 공격의 화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파드리스에서 4시즌 동안 타율 0.242, 장타율 0.380을 올리는데 그쳤다'며 파워 히터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단점과 대비되는 분명하고도 차별화된 강점도 소개했다.
사이먼 기자는 '그럼에도 김하성의 가치가 높은 이유는 피트 알론소와 같은 FA와는 정반대의 특징을 지녔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알론소처럼 공을 쪼개는 타격은 하지 않지만, 그는 프리미엄 포지션(유격수)을 보면서 뛰어난 수비력을 제공하고 베이스러닝도 우수하다'면서 '그는 배트를 다루는 솜씨가 있어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릴 정도로 충분히 공을 띄우고, 인내심과 컨택트 능력을 조화시킬 줄 안다'고 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2022~2023년, 2년 동안의 bWAR 부문서 김하성은 '톱20'의 생산력을 보여줬다. 후안 소토와 차이가 크지 않다'고 했다. 김하성은 2022년 4.9, 2023년 5.8의 bWAR, 소토는 2년 연속 5.5의 bWAR을 각각 마크했다. 2년 동안 김하성이 10.7, 소토가 11.0을 기록했으니,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이먼 기자는 '장기계약을 하더라도 총액 측면에서 파워히터 아다메스가 받는 수준에 접근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김하성이 아다메스와 비슷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인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건강을 되찾고 공격력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