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부에서 개과천선, 노를 저어 2부로 가라.' 지난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대전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에서 인천의 창단 첫 강등이 확정되자, 경기장 안팎에선 조롱이 쏟아졌다. 경기장으로 날아든 인천팬의 물병과 과거 특정팀을 겨냥한 조롱 걸개까지 '소환'했다. 2023년 수원 삼성의 강등 때 일어난 일이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생긴 이래 라이벌 감정을 지닌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든 실패하길 바라는 팬 문화는 늘 존재했다. 인천이 강등된 자리에 다른 팀이 있었더라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리그 차원에서 보자면 인천의 강등은 손해에 가깝다. 인천은 올 시즌 최종전을 남겨둔 현재 홈 평균 관중이 구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1만명(1만950명)을 넘겼다. '평관' 1만명을 넘긴 팀은 서울(2만7838명), 울산(1만8307명), 전북(1만5560명), 대구(1만1232명), 인천 5팀뿐이다. 인천은 2023년 창단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호성적과 맞물려 2022년 5261명, 2023년 8938명, 2024년 1만950명으로 관중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런 흐름 속 K리그1은 두 시즌 연속 누적 관중 300만명을 돌파할 수 있었다. 인천은 최근 2~3년간 투자를 늘려 이름값 있는 선수들도 사모으는 등 신흥강호의 입지를 굳히려고 노력했다. 그런 상황에서 강등 고배를 마셨다.
인천의 강등으로 경인더비(혹은 인경더비)가 '개점휴업'한 건 리그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 3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첫 라이벌전에서 5만1670명이라는 '관중 대박'을 친 데에는 제시 린가드(서울)의 데뷔전이라는 기대감이 가장 컸지만, 서울의 홈 개막전 상대가 라이벌 인천이라는 점도 라이트팬의 발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5월과 7일 각각 인천에서 열린 더비에서도 1만5000명에 육박하는 팬이 찾아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최근 3시즌 동안 인천의 시즌별 최다관중 상대팀은 모두 서울이었다. 서울 입장에서 봐도 지난해 수원이 강등되며 올해 '흥행 보증수표'인 슈퍼매치를 치르지 못한 데 이어 내년엔 '경인더비'까지 열지 못하는 등 최대 라이벌 두 팀을 줄줄이 잃었다. 까다로운 상대팀의 이탈은 반길만한 요소이지만, 흥밋거리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올해 창단 후 처음으로 승격한 안양이 연고지 이전 이슈 등으로 서울을 자극하지만, 정작 서울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서울-안양전이 얼마나 흥행이 될지는 미지수다.
창단 후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로 추락한 전북의 역대급 부진도 리그 전체로 볼 땐 달갑지 않다. 지난 3월 전주에서 열린 시즌 첫 현대가더비 관중수는 2만5782명이었지만, 전북의 부진이 지속되던 7월에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현대가더비에선 1만8573명으로 7000명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6월 전주에서 열린 현대가더비에서 2만7797명이 들어찬 것과는 비교된다. 전북의 부진이 현대가더비 흥행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팬들은 구단의 투자 규모, 객관적 전력면에서 양강을 이루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4시즌 연속 선두 자리를 두고 싸웠던 현대가더비와는 거리가 있었다. 전북의 5연패를 바라보던 울산은 최근 3연패를 차지하며 물길을 바꿔놓았고, 전북은 승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
K리그 전체로 놓고 볼 때 분명 관중 파이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 두 시즌 연속 K리그1, 2를 합친 유료 관중이 30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주요 더비가 하나둘씩 줄어드는 점은 안타깝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